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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부산 사하구 을숙도 부근 낙동강 제방길. 강바람이 살랑 불었다. 분홍빛 벚꽃잎은 날리지 않았다. 얼마 전 희뿌였게 보였던 벚나무의 가지들이 색이 짙어지고 불그레해졌다. 꽃몽우리들이 가지에 다닥다닥 달렸다. 봄 밤에 반가운 비 한번 내리면 꽃망울 터뜨려 분홍빛 대잔치가 열릴 태세였다. 이 길은 제주 올레길과 같은 부산의 산책로, '갈맷길'(갈매기+길의 합성어) 중 한 코스다.

"봄바람 살랑대면 '욜로' 걸으러 오이소!"

올 봄 부산엔 '욜로 (YOLO) 갈맷길 10선'이 등장했다. '욜로'는 '여기로', '이리로'의 경상도 사투리다. 영어, 'YOLO' (You Only Live Once!)는 한 번 뿐인 인생의 지금을 즐기며 행복을 느끼라는 뜻이다. 즉, "이번 봄 부산 갈맷길, 욜로 와서 한 번 뿐인 인생의 지금을 즐기며 행복을 느껴보시라"는 도발적 '꼬심'이다.

'YOLO 갈맷길 10선'은 '블루라인 푸른모래', '센텀 무비투나잇', '행배야!('친구야'라는 뜻으로 빌려 쓴 경상도 발음의 이름) 오늘 오륙도 날씨 지긴다('죽인다'의 경상도 사투리)' 등 10개(총연장 100km)의 트레킹 코스다. 각 코스는 바다와 강, 산 등을 즐길 수 있게 구별돼 짜여졌다.

'갈맷길 더 비기닝(기장군 임랑~기장군청)'과 '시크릿 커피로드(기장~해운대구 송정)'는 동해안인 기장군과 해운대구 송정 해안가에 걸쳐 있다. 동해안의 물빛깔은 남해안보다 더 차고 깊은 남빛이다. '갈맷길 더 비기닝' 코스는 예스런 갯마을 정취가 일품이다. '시크릿 커피로드'엔 건빵 속의 별사탕처럼 숨어서 달달한 커피숍, 카페들이 많다.

해운대구 송정~청사포 구간의 옛 동해남부선 폐선로를 따라 만들어진 '블루라인 푸른모래(동해남부선 옛 송정역~해운대구 미포)', 마린시티 영화의거리·센텀시티 영화의 전당·광안대교 등의 '센텀 무비투나잇(해운대 영화의거리~광안리)', 부산의 상징 오륙도와 발밑 유리바닥 아래서 출렁이는 파도가 아찔한 스카이워크 등이 있는 '행배야!…(남구 오륙도선착장~용호동 동생말)' 코스는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 오륙도 해안으로 이어진다.

이들 코스에선 자연과 인공이 적절히, 쾌적히 어우러진 '럭셔리 비치'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마천루형 초고층 빌딩이나 랜드마크형 건물 등이 즐비해 야경은 홍콩이 울고갈 정도로 멋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옛 동해남부선 폐선길을 따라 관광열차가 오가는 '블루라인…' 코스 역시 이색 풍경이 인기다.

커피섬 영도의 갈맷길인 '영도 흰여울 가즈아(영도구 영도대교~아미르공원)', 서낙동강과 남해안이 만나는 모래섬들 위로 번지는 붉은 노을이 빚어내는 해넘이가 일품인 사하구 다대포 등의 '선셋 피크닉 갈맷길(사하구 신평~다대포해수욕장)' 코스는 '럭셔리 비치'와 다른 감성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잔뜩 녹이 슨 오래된 배나 생선이나 양식 김 등을 싣고 오가는 작은 선박 등이 빼곡히 정박해 있거나 컨테이너들이 잔뜩 쌓여 있는 바다다. 쇠나 기름냄새, 생선비린내 등이 코 끝을 간지럽히는 '생활의 바다'다.

강도 있다. '인생삼락 갈맷길(사상구 낙동강변 삼락생태공원~북구 구포역)'은 낙동강변의 갈맷길이다. 강변 둑길을 따라 벚꽃이 좌우로 도열해 있고 낙동강 위에 쌓인 모래톱에 갈대 군락이 서걱이는 길이다. 갈매기나 철새들이 노닐거나 사는 공간이기도 하다. 낙동강변 둑길은 4월 초순 강 좌우로 길게 뻗어 벚꽃이 만발하면 꽃터널 안에서 꽃비를 맞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욜로 갈맷길 10선'은 화사한 봄날에 '욜로' 와서 한 번 뿐인 인생의 지금을 즐기며 행복을 느껴보시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며 "'욜로 갈맷길 걷기'는 화사한 봄날 모던한 대도시 안에서 바다·강·산의 낮풍경과 밤풍경, 곳곳에 숨어 별처럼 반짝이는 예쁜 카페 등 다양한 감성을 만나는 잊지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부산=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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