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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돌아온 'Y2K 패션'

최근 소셜미디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선 소위 '배앓이 패션'이 화제였다. 이탈리아 패션업체 미우미우가 올해 봄·여름 컬렉션으로 내놓은 배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상의와 허벅지를 겨우 가리는 미니스커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를 따라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기 때문이다.

배꼽이 드러나는 윗옷, 골반이 드러나도록 내려 입은 청바지, 가죽 재킷과 짧은 트렌치코트…. 1999년대 말에 유행했던 소위 '세기말 패션' 'Y2K 패션'이 2022년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3040세대에겐 '흑역사'로 여겨지던 패션이지만, 최근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 같은 이들이 즐겨 입으면서 다시 유행으로 부각됐다. 20년 전 유행했던 아이템이 돌고 돌아 2022년에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에 난데없이 돌아온 'Y2K 패션'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의류 판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Y2K'로 검색한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배가 많았다. '로우라이즈' '크롭티' '크롭니트' '미니스커트'처럼 Y2K 관련 키워드로 팔리는 상품 거래액도 18배가 늘었다. 특히 골반에 걸쳐 입는 하의를 일컫는 '로우라이즈'로 검색한 경우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배가 많았다. 관련 상품 판매량도 10배 많았다. 베레모와 니삭스 검색량도 각각 454%, 396% 증가했다. 한때 '다시 돌아와서는 안 될 유행'으로 불리던 것이 요즘 10~20대에겐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운영하는 삼성패션연구소는 올봄 주요 패션 키워드로 'Y2K'를 꼽았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기말 감성의 옷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니스커트, 크롭톱,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 가죽 재킷 같은 옷이 잘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사 의류 브랜드인 구호플러스는 가죽 재킷과 청재킷, 미니스커트 등을 대거 내놨다. 에잇세컨즈도 배꼽이 드러나는 스웨터, 넉넉한 가죽 점퍼와 스웨트셔츠를 출시했다. 남성복에서도 Y2K 스타일이 대세다. 로가디스는 가죽 셔츠, 가죽 블루종 같은 복고풍 점퍼를 내놨고, 엠비오도 품이 넉넉한 가죽 재킷을 출시했다.

LF의 헤지스는 2000년대 초에 유행하던 꽈배기 니트 셔츠를 내놨다. 옥스포드 셔츠를 받쳐 입으면 '세기말 대학생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스웨덴 패션업체 H&M은 최근 우리나라 그룹 'ITZY(있지)'와 협업해 복고풍 컬렉션을 출시했다. 1990년대 스타일의 청바지와 짧은 스웨터, 후드 티셔츠 등이 주력 아이템이다.

◇'촌티'의 귀환, 키높이·통굽 신발

굽이 두꺼워서 신으면 계단을 올라선 것 같은 키높이 신발도 다시 유행하고 있다. 의류업체 '널디(NERDY)'는 세 가지 종류의 복고풍 키높이 신발을 봄 신상품으로 새로 내놨다. 운동화 밑창이 6.5㎝가량이나 된다. ABC마트에서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신발도 높은 굽의 운동화인 '런스타 모션 하이'다. ABC마트 관계자는 "통굽 스니커즈, 어글리 슈즈처럼 키높이 효과를 주는 신발 위주로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인기를 끌었으나 자취를 감췄던 패션업체들도 새롭게 등판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청바지업체 '리(Lee)'는 최근 브랜드 로고를 크게 디자인한 상품을 앞세워 다시 등장했다.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선 1시간 동안 1억5000만원어치가 팔리기도 했다. 2000년대 초 대학생들이 즐겨 입는 바람막이로 유명한 '노티카'도 작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다시 나왔다. 굵은 실로 뒷주머니를 박아 넣는 것으로 유명한 '트루릴리전', '291513'이라는 숫자 로고로 유명했던 '스톰'도 20여 년 만에 돌아왔다. 기고자 :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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