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지난해 수출 증가율, 전년대비 26.6%
올해는 크게 낮아진 3.2% 증가 전망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잇따라 갈아치우며 코로나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상반기 글로벌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경기가 움츠러들면서 실적이 주춤했지만 그해 하반기부터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실적 회복을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 100대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74%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 100대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선 것은 반도체 초호황기가 이어졌던 2018년 이후 처음이다. 2018년에는 반도체가 실적을 이끌었다면, 지난해엔 개인서비스업·숙박·음식업 등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개선 행진이 올해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산업계에 각종 경고음이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응답 기업 150곳)으로 올해 수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수출은 지난해 대비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26.6%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기관도 수출 증가율을 각각 1.1%, 4.7%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은 올해 수출 환경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 상승'(36.4%), '코로나 재확산'(33.8%), '미·중 갈등, 한일 갈등 등 외교 현안'(13.5%),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5.1%), '보호무역주의 확대'(3.1%)를 꼽았다.

또한 올해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이어져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원자재 수입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88.4%가 올해도 지난해 같은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거나 더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고 답한 기업은 9.4%에 불과했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디지털 전환과 탄소 중립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코로나 팬데믹, 미·중 패권 경쟁이 겹쳐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기업 채산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원재료 수입 물가 상승률은 42.3%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국내 전체 기업(금융업 제외)의 영업이익률도 2.8%에 그쳤다. 코로나 이전 5년 평균(5.1%)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국은 원유·비철금속 등 원자재 수입 비율이 높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목소리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코로나 특수를 통해 두둑하게 챙긴 현금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부품과 완제품 모두 M&A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인수·합병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CES에서 "현대차의 미래 사업 50%는 자동차, 30%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며 신사업 비율을 크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의 숙명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는 것"이라며 신사업 개척을 주문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 같은 투자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말 한경연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국내 투자 환경은 100점 만점에 65.7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고용 및 노동 규제'(35.3%)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라고 보고 있었다. 지자체의 인허가 심의 규제(29.4%), 환경 규제(17.6%)가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자금 조달 등 금융 지원 확대'(40.6%), '세제 지원 확대'(33.7%) 등을 꼽았다. 추광호 실장은 "기업 투자는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과 국내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초석"이라며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기업 활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