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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이틀째 의료 현장 가보니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이틀째인 26일, 서울 주요 대형 병원의 외래 진료는 큰 혼란 없이 진행됐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냈지만, 아직 의료 현장을 떠나진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누적된 전공의 파업 여파로 환자들의 수술 일정은 곳곳에서 미뤄졌다. 환자들은 사직한 교수들도 언제든 현장을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었다.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에서 만난 권모(70)씨는 외래 진료실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동생의 심장 질환 때문에 병원을 찾은 그는 "의료 갈등이 계속돼 필요한 진료를 못 받을까 걱정됐지만, 다행히 예약된 외래 진료가 취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고대안암병원 교수들은 전날 강당에 모여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이 병원 소속 한 교수는 "의사는 환자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동시에 집단행동을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며 "일단 환자 옆을 지키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의료진과 환자뿐 아니라 병원 직원과 가족들도 피해를 입게 되니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이모(74)씨는 이날 새벽 충남 공주에서 폐암 4기 아들 이모(48)씨의 외래 진료 때문에 병원에 왔다. 그는 "의대 교수들 사직으로 예정된 진료가 취소되거나 연기될까 봐 잠도 못 자고 걱정이었지만 아직은 예정대로 진료를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대, 서울아산, 신촌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측은 "교수 사직으로 인한 외래 진료 취소·변경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A 교수는 "사직서를 낸 의사든 안 낸 의사든 눈앞의 환자를 외면할 의사는 없다"고 했다.

교수들의 초과 근무로 운영 중인 응급실도 운영에 큰 혼란은 없었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아직 응급실 당직에서 이탈하지 않았고, 중증이 아닌 환자는 1·2차 병원으로 가고 있어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고대안암병원 응급실 내부에는 '생명이 위급한 중증 응급 환자 외에 일반 진료는 제한되거나 장시간 지연될 수 있습니다. 경증 환자의 경우 인근 병원 방문을 권유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5일부터 응급실 과밀화를 막기 위해 '경증 환자 분산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응급실 앞에서 만난 김병길(58)씨는 "어머니의 낙상 사고로 응급실을 방문했더니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안내를 2~3회 받았고, 경증 환자라면 전화를 하고 왔어야 했는데 왜 그냥 방문했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어머니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뇌종양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유모(24)씨는 "가끔 간호사가 와서 '의사가 부족해 진료가 밀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며 "중증 환자는 당장 하루가 불안하고 급한데 교수들까지 행동에 나서면 환자와 가족들은 실망스럽고 마음을 졸이게 된다"고 했다. 아내가 신우암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는 최모(72)씨는 "전공의 파업 때도 불안에 떨었는데, 아내의 회복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젠 교수들까지 나간다고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했다. 교통사고로 얼굴을 다쳐 입원 중인 김모(61)씨는 "의사가 부족해 내 진료가 한참 미뤄지는 것 같다"며 "환자 입장에선 정상적인 상황이어도 불안한데, 생명을 돌봐줄 의사가 없다는 게 두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기고자 : 김병권 기자 김보경 기자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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