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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우리나라의 대표 명절인 설이다. 예전만큼은 아니라지만 명절에는 자연스럽게 '고향'을 생각한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고향' 노래가 유독 많은 것은 환란과 부침이 많았던 우리나라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고향을 떠나 살아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향'은 위안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고향'을 소재로 한 노래들은 초창기부터 꾸준하게 나왔다. 그중 고복수가 1934년에 노래한 '타향'은 대표 고향 노래다. 처음 발매했을 때는 '타향'이었으나 노래의 첫 소절을 따라 '타향살이'가 제목이 되어 버린 그 노래 말이다.

1935년 잡지 '삼천리'에서 '타향'의 작사가 금릉인(본명 승응순)은 자신이 노래를 짓게 된 배경을 술회했다. 고향을 떠난 지 어느덧 11년이 된 그는 가끔씩 향수에 젖어 고향을 그리워하다 처량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는데, 그 솔직한 심정을 그린 노래가 '타향'이라는 것이다. 이 노래가 인기를 얻은 것이 자신처럼 표박(漂泊)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했던 금릉인의 말처럼, 고향을 떠나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로 위로를 받았다.

2017년에 나는 이 노래를 직접 부르기 위해 1934년에 발매된 음원에 매달리다 총 4절로 이루어진 노래의 2절과 3절 사이 간주, 그리고 4절 이후의 후주에서 익숙한 선율을 감지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료를 찾고 논문을 쓰며 결국 그 선율의 정체를 알아냈다. 초기 미국 개척자들이 부르던 민요를 바탕으로 조 라이언스(Joe Lyons)와 샘 하트(Sam C. Hart) 등이 만든 'When It's Lamp Lighting Time in the Valley'였다. 1933년 미국에서 배가본즈(The Vagabonds)의 노래로 음반이 나왔고, 유럽에서는 '등(lamp)'이 '양초(candles)'로 바뀌어 캐럴로도 향유되었다. 원곡을 위시하여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한 이 노래들의 주제는 '향수'다.

이 곡조에 가사를 얹은 우리 노래로는 '잔디밭'(조금자 노래·1935년)과 '산곡의 등불'(김연월 노래·1935년)이 있고, 1970년대에 박인희, 송창식, 은희 등도 '산속의 집' 또는 '산골짝의 등불'이란 제목으로 노래했다. '잔디밭'을 제외한 노래들은 대체로 '향수'를 주제로 했다. '타향'의 작곡자인 손목인은 "외국에서 본 노래에 나일강 변에서 부르던 그 어떤 시인의 심회를 생각"하며, "우는 마음으로 '타향'을 작곡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타향'을 작곡하면서 '고향'을 소재로 한 서양의 노래를 절묘하게 어우러지게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향수'는 어쩌면 동서고금을 막론한 우리의 영원한 주제가 아닐는지.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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