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KBS교향악단 신임 감독 잉키넨

26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 KBS교향악단의 신임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42)에게 악단 측에서 동양식 나무 명패와 지휘봉을 증정했다. '피에타리 잉키넨'이라고 한글로 뚜렷하게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명패를 선물 받은 건 처음인데 무척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독일 자르브뤼켄의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과 일본 재팬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유럽 지휘계의 신성(新星). 지난해에는 '바그너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도 지휘를 맡았다.

하지만 이날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 중앙에서 마이크를 잡고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차라리 외국계 회사 CEO 같았다. 그는 "올해와 내년은 서울뿐 아니라 한국 전역을 찾아가는 음악회 숫자를 늘리고, 2024년부터는 유럽 순회 공연에 나서며 2025~26년에는 미국 연주에 나서는 것이 '큰 꿈(big dream)'"이라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권위를 앞세우지 않고 실용적이면서도 개방적인 모습은 북유럽적으로 보였다.

그는 핀란드 명문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그는 KBS 교향악단에도 젊은 지휘자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잉키넨은 "KBS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를 지낸 요엘 레비와 드미트리 키타옌코 같은 거장들을 명예 지휘자로 모시고 아카데미를 통해서도 젊은 지휘자들을 가르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이끌고 있는 독일 교향악단과 KBS 교향악단과의 교류 협력 계획도 내비쳤다. 그가 이날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가운데 하나는 '큰 꿈'이었다.

지난 2020년 취임한 서울시향 음악감독인 핀란드 출신의 오스모 벤스케(69) 역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같은 스승을 사사한 동문(同門)이다. 올해 코리안 심포니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벨기에 출신의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43)까지 한국 오케스트라도 '외국인 지휘자 시대'를 맞았다. 잉키넨과 라일란트의 임기는 각각 3년. 벤스케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한국의 '빅3' 오케스트라가 모두 외국인 지휘자를 수장으로 받아들인 것도 이례적인 경우다.

이 때문에 외국인 지휘자의 취임 간담회도 연이틀 열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라일란트 역시 지난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 작곡가들의 곡을 꾸준히 선보이고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앞서 23일 취임 연주회에서도 그는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운데 5장 프렐류드를 지휘했다. 라일란트는 "윤이상·진은숙뿐 아니라 더 많은 한국 작곡가들의 곡을 소개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 메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스위스 로잔 신포니에타를 이끌고 있다. 코리안 심포니와는 2018년부터 오페라와 콘서트를 지휘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라일란트는 "세심하고 유연하며 음악적 열정이 넘치는 악단의 모습에 이끌렸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본문자수 : 148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