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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6630억 순매도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과 금융 지주 주식을 순매수하고,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 플랫폼 기업 주식은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 맞춰 투자에 신중해진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나 미래 가치 등을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를 내다 팔고, 당장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기에 신중해진 외국인 투자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663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런 와중에도 삼성전자(8900억원)와 SK하이닉스(5950억원)는 순매수했다. 해당 기간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2위와 4위다. 순매수 5위인 KB금융(3630억원)을 비롯해 4대 금융 지주가 모두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포함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 카카오(8760억원 순매도), 네이버(6320억원), 카카오뱅크(5290억원) 등이다. 모두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성장주다. 미래 가치를 고려해 투자하는 성장주들은 금리 인상기에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다. 금리가 오르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기업의 미래 가치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성장주들의 주가는 많이 올랐는데, 이제는 현재 기업의 실적이나 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비싸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각각 29.4%, 43.9% 상승했다. 반면 외국인들이 올해 많이 사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가가 3.3%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10.6% 오르는 데 그쳤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앞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IT 하드웨어 분야는 '금리 인상기에도 투자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과 마찬가지로 4대 금융 지주도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다"며 "금리 인상기에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이 확대되면서 금융 지주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순매수 1위인 LG화학의 경우, 27일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대체재'로 순매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하자마자 국내 증시 시가총액 2~3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많지 않아 주식을 많이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명지 팀장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80%가량 보유한 LG화학을 사서 LG에너지솔루션의 자리를 채워두려는 것"이라며 "기관 투자자들이 SK이노베이션을 최근 많이 순매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외국인 순매수 3위에 오른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오너 지분을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한 것이 반영된 결과다.

◇외국인 자금 향방, FOMC에 달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일지, 어떤 종목을 주로 사들일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긴축의 강도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파월 연준 의장의 메시지는 한국 시각으로 27일 새벽에 나온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시장에서 이미 예상하는 것처럼 올해 4회 금리 인상, 하반기 양적 긴축(QT·채권을 팔아 시중 유동 자금을 흡수하는 통화 정책) 시작 수준의 계획을 내놓을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물가 인상에 대한 연준의 대응 수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급격한 수준이라면 글로벌 증시가 더 움츠러들 수도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25일 발표된 호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5%로 예상치보다 높았고, 싱가포르 중앙은행도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자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고 했다. 연준 역시 긴축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된다면,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 성장주를 파는 흐름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 1월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 올해 투자 주체별 순매수·순매도 기고자 :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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