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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렬기자

『독일 통일을 둘러싼 사회격변기에 예술은 특유의 감각과 촉수를 동원, 통일을 향한 열망과 통일후 동-서독간의 문화적 이질감을 표현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통일을 위한 귀중한 자료로 삼을수 있을 겁니다. 문화적 통합은 진정한 통일을 위한 필수조건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

영화평론가 리상면씨(이상면·38·연세대강사)가 독일통일을 전후한 1986∼92년까지 격동기의 독일과 북유럽을 무대로한 예술비평서 「독일의 예술-분단에서 통일로」(시공사간)를 펴냈다. 통일전후 문화적 격변을 겪은 독일뿐아니라 우리나라에는 거의 소개가 되지 않는 동유럽의 연극, 영화, 음악제를 관람한 현지 문화보고서라 할 만하다.

베를린 영화제와 카라얀 연주회의 공연평을 비롯, 번스타인이 지휘한 베를린 경축음악회, 동-서독 연극인들의 합동공연, 통일후 이념과 혁명의 공허성을 회고한 연극등 예술로 보는 통독시대의 문화풍경화는 매우 다양하다.

『미국식 할리우드 문화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독과 국가의 예술지도에 익숙해진 동독의 예술창작간의 메꾸기 힘든 간격은 최근 가장 큰 「통일후유증」중 하나로 등장했습니다. 영화-연극으로 드러난 문화적 차이는 바로 서로 서먹서먹한 양독인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독일은 독일민족문화를 중심축으로 모든 독일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문화적 정체성찾기에 나섰습니다. 』

통일전 각자의 길을 걸어온 동-서독 예술가들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등장한 통일은 거꾸로 새로운 예술양식이 생긴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동베를린에서 활발하게 일어난 미술가들의 사적인 모임과 다양한 예술적 실험은 새로운 예술환경과 이에 이은 다양한 작품창작의 원천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통일후 양독의 사회구조 차이로 발생된 경제-사회적 갈등은 2∼3년후 문화영역으로 옮겨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동독의 유망한 예술인들의 서독행과, 국가의 지원이 줄어든 동독 예술단체들의 몰락 등 경제논리가 문화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죠. 』

동독예술의 황폐화와 함께 새롭게 제기된 문화재 보호문제등도 통일후 문화정책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가 되었다. 베를린장벽 붕괴전 동독에서 열린 서독 아방가르드 미술작가 요셉 보이스 전시회가 동독체제 변화의 신호탄중 하나였다면, 91년 공연된 독일의 저명한 연출가 하이너 뮐러의 연극 「마우저」는 실패한 동독의 현실사회주의를 주제로 한 작품이었다. 문화적 주체성을 잃어버린 구 동독인들의 심적인 열등감을 소재로 한 영화 「트라비에게 갈채를」은 동-서독간의 갈등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예.

독일 베를린 대학에서 연극-영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씨는 지난 2월 열린 베를린 영화제에 국제영화비평가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자는 『예술적 상상력은 사회변동을 앞서 선취할 뿐아니라 벌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역할을 할수도 있다』며 『독일보다 더 큰 단절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도 문화적 측면에서 통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