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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총선은 한편의 대역전 드라마였다. 의석 3분의 2를 점하고 있던 거여 민자호 가 침몰하면서 곳곳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25일 개표가 완료되기까지 엎치락뒤치락 또는 시종 아슬아슬한 시소게임을 벌였던 화제의 선거구들을 알아본다.

이번 총선의 첫 이변은 김대중 민주당대표의 아성인 호남에서 민자당후보 2명이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낸 끝에 당선되면서부터 시작.

무주-진안-장수에서는 민자당이 전북 홀로서기 의 상징인물로 내세운 황인성후보가 처음부터 오상현후보(민주)를 제치고 7천3백여표차로 당선.

남원에서도 앙숙지간 인 민주당공천자 조찬형후보와 탈락자 이형배후보(무소속)가 이전투구의 싸움을 벌이는 틈을 이용,11-12대 의원을 지낸 양창식후보(민자)가 5백75표차로 어부지리.

그러나 전남-북의 민자당 기대주였던 이도선(광양-동광양) 강현욱후보(군산)는 초반 한때 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각각 4천표와 5천표차로 분패.

김동길씨 일방 독주

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전국적 관심을 관심을 모았던 김동길후보(국민)는 개표 초반부터 강적 황병태후보(민자)를 일방적으로 누르기 시작,1만8천6백표차로 당선.

대구-경북지역에 출마했던 김복동(대구동갑) 박철언( 수성갑) 금진호후보(영주-영풍) 등 이른바 친인척 3인방 도 초반부터 승세를 굳혀 당선됐으나,박 후보는 야당측의 집요한 개표시비로 인해 25일 오후 늦게서야 당선이 확정.

5공 실세그룹인 3허 중에서는 2명이 당선의 영광을 안은 반면 1명은 끝내 고배를 마시는 것으로 결론.

부산동구에서 노무현후보(민주)와 설욕전을 벌인 허삼수후보(민자)는 3만여표에 달하는 압도적 표차로 진작 당선이 확정됐고,포항에 출마한 허화평후보(무소속)는 사실상 포철그룹과 대리전을 치르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진우후보(민자)를 1만여표차로 누르고 당선.

그러나 충무-통영-고성의 허문도후보(무소속)는 결국 ys바람 을 이겨내지 못하고 정순덕후보(민자)에 3만여표차로 무릎.

3선의원 "추풍낙엽"

서울과 대구,중부권 등에서는 3선 이상의 여당 중진의원들이 무명인사들에게 성주 자리를 내놓는 사태가 속출.

서울 강서을에선 여당사상 최초로 서울 지역구 연속 5선을 노리던 남재희후보(민자)가 바람 에 밀려 최두환후보(민주)에게 1천3백43표차로 석패.

성동병에선 4선의원 박용만후보(민자 68)가 40대 변호사출신의 강수림후보(민주)에게 6천3백표차로 밀려났고,은평갑에서도 3선의원 오유방후보(민자)가 언론인출신의 전직의원 손세일후보(민주)에게 4천2백59표차로 분패.

대구 수성을에서도 국회법사위원장을 지낸 3선의원 이치호후보(민자)가 윤영탁후보(국민)에게 1천9백18표차로 분루를 삼키는 이변이 발생.

수원 장안의 경우 민자당 공화계의 6선의원 이병희후보가 이호정후보(국민)에게 1만5천표차로 패했으며,성남 수정에서도 역시 공화계이자 영화배우출신 4선의원 이대엽후보(민자)가 이윤수후보(민주)에 3천7백표차로 밀려 낙선.

여주의 4선의원 정동성후보(민자)는 13대 낙선자인 이규택후보(민주)에게 5천표차로,청주갑의 3선의원 정종택후보(민자)는 김진영후보(국민)에게 2천표차로,당진의 3선의원 김현욱후보(민자)는 송영진후보(국민)에게 1천7백표차로,금산의 4선의원 유한열후보(민자 고 유진산씨 아들)는 정태영후보(국민)에게 2천4백여표차로 각각 패배.

영남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핵재처리 시설문제가 쟁점화한 울진에서 3선의원 김중권후보(민자)가 이학원후보(국민)에게 5천1백표차로 고배를 마셨고,진양에서도 3선의원 안병규후보(민자)가 제약회 회장출신 재력가 정필근후보(무소속)에게 3천여표차로 분루.

동정여론도 한몫

반면 지난 13대 낙선후 4년간 발로뛴 재수생 들의 합격률이 크게 향상돼 눈길.

50명이 넘는 이들 재수생 가운데 으뜸은 8전9기에 성공한 김포-강화의 김두섭후보(국민). 김 후보는 군대항전이 벌어진 이곳에서 출신지역인 김포의 몰표덕택에 강화출신의 정해남후보(민자)를 1백6표차로 꺾고 당선.

연기에선 내리 3번을 낙선해 동정여론을 얻고 있던 박희부후보(국민)가 청와대 총무수석출신 임재길후보(민자)를 3천4백표차로 따돌리고 한풀이에 성공. 서울 마포에선 13대때 야당바람 에 휩쓸려 낙선했던 두 여당후보가 나란히 갑,을구에서 승리,금배지의 꿈을 달성. 갑구에선 박명환후보(민자)가 민주당 언론계 영입인사 김용술후보를 7천6백여표차로 눌렀고,을구에선 패션디자이너 오리지널 리 (이신우씨)의 남편 박주천후보(민자)가 지역구를 옮긴 야당중진 김현규후보(민주)를 5천표차로 제치고 당선.

서울지역 민자당 원외위원장들중엔 이밖에도 성동갑에서 이세기후보가 강금식후보(민주)를 1만2천9백여표차로 누른것을 비롯,노승우(동대문갑) 박범진후보(양천갑) 등이 민주당 현역의원들을 물리치고 승리. 서대문갑에서 린나이 코리아 대표 강성모후보(민자)를 4천7백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야권중진 김상현후보(민주)도 13대 낙방생 이며,송파갑에서 대역전극을 펼친 끝에 김우석(민자) 김희완후보(민주)를 각각 2천여표차로 따돌리고 금배지를 빼앗은 조순환후보(국민)도 마찬가지 케이스.

안양을에서도 13대 낙선자인 이석현후보(민주)가 신하철후보(민자)를 1만5백표차로 눌렀는데 노총각(41세)인 이 후보는 "당선되면 지역유권자중에서 아내를 맞이하겠다"고 공약했던 괴짜 야당인.

성남 중원 분당에선 오세응후보(민자)가 13대 낙선의 설욕전을 벌인끝에 조성준(민주) 이찬구후보(국민)를 1만표차 이상으로 따돌리고 승리했으며,공천과정에서 기사회생했던 의정부의 문희상후보(민주)도 2선의원 김문원후보(민자)를 1천6백표차로 꺾고 신승.

강원에선 손승덕(춘천시) 김효영(동해) 조일현후보(홍천) 등 13대 낙선자들이 국민당바람 을 타고 당선됐고,울산남의 차수명후보도 같은 케이스.

무소속의 어려움 속에서도 권토중래에 성공한 13대 낙선자 그룹으로는 강창희(대전중) 이재환(대전서-유성) 최돈웅(강릉) 김정남(삼척) 조진형(인천북갑) 성무용(천안시) 이상재(공주) 하순봉후보(진주) 등이 있다.

이밖에도 박규식(민주 부천남) 윤항열(국민 광명) 박제상( 과천-의왕) 김진영( 청주갑) 송광호( 제천-단양) 김범명( 논산) 이영진( 당진) 김찬우후보( 청송-영덕) 등 재수생 들이 원내진출 또는 복귀에 성공.

*9만2천표 최다 11표차 턱걸이/여성 5명 모두 낙선 연예인도 셋 진출/현의원 꺽은 제주트리오 무소속전통 확인/36세 최연소 전국구 강부자씨 "예비 1번"/득표율 최고 이길재씨 85.7-최소 김범명씨 24.5%

7명 경합 어부지리

모두 2백37명의 지역구 당선자를 낸 14대 총선은 화제가 많은만큼 갖가지 기록들도 무성하다. 득표율면에서는 지역감정이 극명하게 드러났던 13대에 비해 편중현상이 완화된게 특색이다.

우선 이번 총선의 최다득표자는 부산 동래갑에서 당선된 박관용의원(민자)으로 9만2천3백53표를 획득. 2위 득표자는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임복진씨(민주)로 9만1천7백36표. 최고득표율을 기록한 당선자는 광주 북을의 이길재씨(민주). 이씨는 총투표자 8만3천6백88표 가운데 7만1천22표를 얻어 85.7%를 기록.

13대때는 광주 북을에서 평민당후보로 출마했던 정웅씨가 12만7천5백79표를 획득,총유권자의 91.5%를 차지함으로써 최고득표율,최다득표자를 모두 석권.

이와함께 전국의 당선자중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곳도 화제. 국민당공천으로 충남 논산에 출마,당선된 김범명씨는 불과 24.5%(2만7백4표)의 득표율을 기록해 이번 총선에서 가장 행운을 잡은 케이스. 논산에는 모두 7명의 후보가 나와 김제태(민자),김형중(민주),김범명,윤관식씨(무소속)가 모두 1만5천표 이상씩을 차지해 김 당선자에게 행운을 안겨준 것.

13대때 서울 송파갑에서 당시 민주당공천으로 출마했던 김우석 현 의원(민자 14대 낙선)도 24.5%를 얻어 전국최소득표율 당선을 기록했었다.

전국구 85세 최고령

당선자들의 나이도 관심.

지역구 당선자중 최고령자는 전북 임실-순창의 홍영기의원(민주)으로 74세. 강원 춘천시에서 국민당공천으로 출마,당선된 손승덕씨는 72세로 두번째 고령자.

지역구와 전국구를 통틀어 최고령자는 국민당 전국구 1번인 문창모 전 세브란스병원장(85세).

전국 최연소 선량 당선자는 강원 홍천에서 민자당 현역인 이응선의원을 누른 조일현씨(국민)로 36세. 13대에 민주당 전국구로 국회에 진출했던 최연소 권헌성의원(당시 30세)은 이번에 무소속으로 말을 갈아타 부산 남갑에 출전,고배를 마셔 2대에 걸친 최연소기록은 무산.

그러나 13대에 비해 이번 총선당선자들은 30대가 눈에 띄게 증가. 13대에는 30대 당선자가 불과 5명이었으나 이번에는 13명으로 늘어나 세대교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

40대가 13대의 19.9%에서 42%로 대폭 늘어나고 50대가 61.9%에서 46%로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듯.

36표차 신승도

이번 총선에서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벌인 지역도 상당수. 특히 울산중의 경우 김태호후보(민자)가 5만1백27표를 얻어 5만1백38표를 획득한 차화준후보(국민)에게 불과 11표차로 고배를 마신 최대접전지역으로 기록. 서울 노원을도 김용채후보(민자)가 4만5백51표로 임채정후보(민주)에게 36표차로 신승. 김 후보는 일반 투표함을 모두 개함했을때만 해도 임 후보에 8백표 남짓 뒤졌으나 마지막으로 부재자함을 열자 일거에 전세를 뒤집은 것.

8전9기 를 창조한 경기 김포-강화의 김두섭씨(국민)도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다 1백6표차로 금배지를 달게된 케이스.

현 민자당 정책위의장인 서울 영등포을의 나웅배후보도 제자뻘인 김민석후보(민주)에게 막판까지 고전하다 겨우 턱걸이. 나 후보는 당초 예상과 달리 4만8천4백11표를 얻는데 그쳐 김 후보에 2백59표차 밖에 벌리지 못했다. ys바람 을 업고 싸웠던 경남 마산 합포의 백찬기후보(민자)는 근소한 표차로 무소속 김호일후보에게 일격을 당했다. 불과 63표 차이.

의원 물갈이 안돼

이번 당선자들 가운데 직업별로는 정치인이 가장 많은 1백83명으로 77.5%를 차지. 13대때의 73%보다 오히려 정치인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공천 등을 통해 여야 현역의원의 물갈이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반증.

자유업(8.9%) 회사원(2.1%) 등은 역대 선거와 유사한 편이다.

운동권출신 대거진출

서울과 수도권에선 막판 야당바람이 불면서 운동권출신 후보들이 대거 당선.

서울 강동갑에선 전민련 초대의장을 지낸 이부영후보(민주)가 초반부터 김동규후보(민자)를 크게 앞지르기 시작,1만5천표차로 대승을 기록. 시흥-군포에서도 이 지역 빈민운동가 제정구후보(민주)가 황철수후보(민자)를 계속 앞선끝에 1만6천표 차로 승리.

역시 서울에서 당선된 유인태(도봉병) 박계동(강서갑) 신계륜후보(성북을)도 재야투사 출신이며,전주 완산구 당선자 장영달후보(민주)도 운동권출신.

서울에서 20대 기수론 을 외치며 민자당 나웅배후보에 도전했던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민석후보(민주)도 막판까지 간발의 표차로 시소게임을 벌이며 선전했으나 2백59표차로 분패.

8번으로 당선 좌절

이번 총선결과 연예인 3명이 한꺼번에 원내에 진출,이들의 향후 의정 활동에 관심이 집중.

구리에 출마한 코미디언 이주일씨(국민)는 개표중반까지 전용원후보(민자)와 시소게임을 벌이다 7천표 넘는 표차로 당선됐으며,서울 중랑갑에서 이상수후보(민주)와 다시 맞붙은 탤런트출신 이순재후보(민자)는 초반부터 승세를 잡아 3천7백표차로 설욕에 성공.

국민당 전국구 5번인 탤런트 최불암씨도 국민당돌풍 덕분에 당선됐으나 8번인 여성탤런트 강부자씨는 간발의 차로 당선권 진입에 실패,예비후보 1번을 기록.

반면 성남 수정의 영화배우출신 이대엽(민자),서울 노원을의 탤런트출신 홍성우(국민),성동갑의 탤런트출신 박병호후보(국민)는 낙선.

여성후보들 중에선 경주군 임진출후보(국민)가 황윤기후보(민자)와 막판까지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하는 등 선전했으나 결국 1천3백표차로 패배.

피선거권자격을 박탈당한 남편 대신 출마했던 김해의 이설혜씨(무소속)도 김영일후보(민자)에 4만2천여표차로 패했고,김정례(민자 성북갑) 양경자( 도봉병) 한영애후보(민주 용산) 등도 낙선함으로써 지역구 여성후보당선은 끝내 좌절.

부자의원 시대 열어

국민당에선 정몽준후보(울산동)가 권처흥후보(무소속)와 노사대결 을 벌인 끝에 4만2천4표차로 당선,전국구 3번인 정주영대표와 부자의원시대 를 열었다.

영일-울릉에서 당선된 이상득후보(민자)와 민자당 전국구당선자(25번) 이명박씨,서울 도병병에서 당선된 조찬형후보(민주)와 국민당 전국구당선자(4번) 조윤형씨는 형제사이.

그러나 민주당 전국구당선자(18번) 장기욱씨의 동생 기옥씨(무소속)는 서초-태안에서 낙선했으며,엄영달(국민 정선) 영석(무소속 삼척) 형제는 둘다 낙선.

민주당 당선자 정대철후보(서울 중구)와 조순승후보(승주)는 동서지간으로 다시 원내에 진출하게 됐으나,괴산에서 당선된 김종호후보(민자) 사돈 임광수후보(민자 청주을)는 2만1천표차로 고배.

한편 옥중출마자 중에선 거창의 이강두후보(무소속)가 이현목후보(민자)를 9천여표차로 누른 반면,부산 영도의 노차태후보(무소속)는 2만3천표 차로 낙선.

경북 공천탈락자 패배

무소속 후보들 중에서도 화제의 당선자가 많다.

대구 서갑에서 5-6공 대결 을 벌인 정호용후보는 문희갑후보(민자)를 득표력에서 3배가 넘는 2만4천여표차로 가볍게 누르고 낙승.

안동시에서 숙적 오경의후보(민자)와 맞붙은 김길홍후보는 오 후보를 4천7백표차로 눌렀으며,민자당이 정책지구로 설정한 부산 사하에선 서석재후보가 이재국후보(민자)의 10배 가까운 6만8천3백표를 얻어 당선.

전통적 무소속 강세지역 제주에선 이번에도 무소속 트리오 현경대(제주시) 양정규(북제주) 변정일후보(서귀포-남제주)가 최소 5천여표의 표차로 민자당 현역의원들을 꺾고 승리. <최병묵-심양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