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한국 국민 특유의 정치적 역동성은 14대 총선에서 다시한번 기성구조에 대한 강력한 거부의 돌풍을 일으켰다. 이것으로 3당 합당체제와 1노3김 정계의 기본골격은 일시에 흔들리게 되었고,아먀흐로 또 다른 정치상황의 출현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의 유권자,특히 중부와 수도권 유권자들의 퍼플스 파워 의 표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집권 민자당의 패배,국민당의 제3의 교섭단체로의 부상,민주당 이기택계의 전멸과 수도권에서의 재야 출신 민청학련 세대 후보들의 약진,그리고 다수의 tv 탤런트 후보들의 당선이 말해주는 바 대중사회적 정치현상의 대두라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정서는 한마디로 현상에 대한 국민의 혐오증이며 그들의 변화에 대한 갈증이다.

이번 총선결과는 따라서 3당 합당 이후의 6공 정부-여당의 실정과 여-야 정계의 진부한 작태들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더군다나 수도권에서의 야당 및 국민당의 강한 진출세,그리고 대전 등 중부권에서의 김종필씨계의 참패는 그같은 국민정서의 동향을 더욱 명백하게 반영했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에 대해 항의하고 반발한 것인가.

첫째는 정부-여당의 통치 담당자로서의 리더십과 역량의 부족에 대한 비판적 평가다. 그리고 둘째는,그것이 초래한 국민가계의 불안정과 기업경제의 침체,아울러 장래의 희망적 비전의 부재에 대한 불평과 분노이다. 셋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수서 등 공직사회의 부패와 규범질서의 문란이며,국민은 그 책임이 일차적으로는 통치담당자인 집권세력에 있다고 본 것이다.

선거과정과 종반에 있었던 안기부원들의 흑색개입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실책이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정부-여당과 기성 정계는 이번의 국민심판의 의미를 겸허하게 읽고서 그로부터 두터운 교훈을 얻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도 거여란 이름으로 불리던 정부-여당은 3당 합당이래의 그 오만과 안일한 낙관에 반성해야 한다. 도대체 6 29 당시의 그 겸손함은 언제 어디다 잃고서 그동안 그렇게 태평스럽게 자만했는지 자성해야 한다. 그동안의 외교과소비 는 차단하고라도,6공의 인사와 공천은 과연 무슨 까닭으로 그토록 사연 위주였으며,6공의 경제시책은 어째서 그토록 속수무책이었고 우왕좌왕했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중산층은 가장 강력한 체제유지 세력인데도 그들의 대다수가 6공의 역량 부족과 함량미달을 개탄하고 등을 돌렸으니,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국민의 힐책은 민주당의 기존 세력과 기존 지도층에도 분명히 돌아갔음을 알아야 한다.

김대중대표는 여전히 영남은 물론 중부-수도권에서 세를 드러나게 신장하지 못했다.

이 지역의 민주당후보 진출은 김대중대표나 이기택대표의 이미지가 아닌,그 후보들 개인의 청신한 이미지 때문에 가능했을 뿐이다. 따라서 그런 신인들의 당선이 갖는 의미는 야당의 물갈이와 기성정계의 쇄신을 열망하는 국민정서의 표출인 것이다. 그래서 여의 3당 통합의 의미가 희석된 것과 마찬가지로,지난번의 야당통합의 의미 또한 똑같이 무색해진 것이 이번 총선결과의 의미라 할 수 있다.

국민당의 경우에도 그들의 약진이 재벌의 정치 에 대한 국민의 승인으로 오인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국민당에 표를 찍은 유권자들은 다만 야당을 싫어했고 야당을 못미더워했을 뿐이며,그 선택난이 국민당에 의외의 이득을 주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당의 오만을 탓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국민당과 정주영씨의 있을 수 있는 오만도 아울러 경계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또 하나의 충언은 재야출신 당선자들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지난세월의 오랜 고난을 딛고서 모처럼 제도정치권에 진출한 그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들 신진세대는 특히 내일의 새로운 야당의 싹이라 할 수 있으며,권력정치의 부도덕성에 대신한 민생정치의 참신성을 그들에게서 기대하고 싶다. 그러면서 당부하는 것은 그들의 성숙성이요,합리성이다. 유권자의 기대 또한 그런데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제 우리 여-야 정계는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가를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국민의 뜻은 한마디로 낡은 기득권 구조나 인물들의 자만과 나태와 안일 그리고 욕심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응징을 가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낭비와 무소득과 무질서의 권력정치에는 식상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을 명심해 민자 민주 국민은 앞으로의 대통령 선거까지의 당내외 정쟁에 있어 또 다시 국민을 실망시키는 작태들을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참으로 무섭도록 현명한 유권자요,국민이 아닌가. 1노 3김 체제의 반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