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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외교단지… '빈 살만 개혁'
외교관들 술 암거래 차단 포석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사상 처음으로 술을 파는 매장이 문을 연다고 24일 로이터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음주 및 술 제조·판매를 엄격하게 금지해온 나라다. 주류 매장은 주로 외교관을 대상으로 하는 매장이긴 하다. 하지만 여성 운전, 해외 가수 콘서트 허용 등과 더불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해온 '국가 현대화 정책'의 또 다른 상징적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매장은 다음 달 중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알사파라트 지구에 문을 열 예정이다. 이 지역은 서방국가들의 대사관과 외교관 주택이 모여있는 '외교 단지'다. 이 매장엔 당분간 비(非)무슬림 외교관과 그 가족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신원 확인을 위해 모바일 앱으로 이용 등록을 해야 하고, 사우디 외무부로부터 주류 구매용 통관 코드도 받아야 한다. 구매량에도 상한이 있다. 한 달 기준으로 증류주는 40L, 와인 80L, 맥주 240L다. 이번 조치의 표면적 목표는 외교관의 주류 반입 통제 강화다. 외교관들이 면책특권이나 외교 행낭 등을 이용해 대량의 주류를 반입해 소비하고, 일부 국가 외교관은 이를 암시장에 팔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사우디 관영 매체들은 보도했다. 정부가 감시 가능한 매장을 통해 주류를 제한적으로 사게 하는 대신 외교관의 자유로운 주류 반입은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그러나 "극보수적 무슬림 국가인 사우디의 개방과 변화를 상징하는 정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바레인 등과 달리 사우디는 비무슬림 외국인에게도 철저하게 주류 유통을 금지해왔다. FT는 "주류 매장 개설은 사우디를 중동의 무역·금융·관광 중심지로 만들려는 빈 살만의 '비전 2030'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 차별 및 남녀 분리 완화, 외국인과 외국 문화에 대한 개방 등도 이 정책의 일환이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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