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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왜 우리지?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3월, 프랑스 북부 생캉탱. 영국군과 독일군은 참호에 웅크려 몇 년째 서로를 노려보며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병사들은 적의 총공세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이곳에서 서서히 이성을 잃어간다. 이제 막 임관한 롤리 소위(에이사 버터필드 분)는 스탠호프 대위(샘 클라플린 분)가 이 부대의 대대장이란 소식을 듣고 이 지옥 같은 곳에 자원한다. 누나의 정혼자이자 자신의 친한 친구인 스탠호프를 볼 생각에 들떠 전선에 도착했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스탠호프는 모르는 사람처럼 변해 있다. 영화 '저니스 엔드(Journey's End·2017·사진)'의 한 장면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곳에서 하루하루 영혼을 잠식당하고 있는 청년들은 대부분 신경쇠약에 걸리거나 날아온 포격에 불구가 되어 후방으로 후송된다. 각 중대는 교대로 이 최전선을 지키는데 하필 스탠호프의 부대가 배치된 상황에 적의 총공세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부대를 지휘 중인 스탠호프는 병사들 앞에선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부관 오스본 중위(폴 베타니 분)에게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프랑스에 부대가 몇 개지? 50개 사단, 150개 여단, 450개 대대, 1800개 중대. 하필 왜 우리지?(How many battalions are there in France? Why this one?)"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부의 막무가내 지시로 적 포로를 생포하러 나갔다가 부대의 정신적 지주인 오스본 중위를 잃고 스탠호프와 롤리를 비롯한 부대원들은 더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진다. 급기야 시작된 적의 총공세, 병사들이 탈영하기 시작하고 조그만 부상이라도 입은 병사들은 벙커에 들어가 나가려 하지 않는다. 다리를 다쳤다며 후송을 요구하는 한 병사는 거절하는 스탠호프에게 울부짖는다. "왜 저만 안 됩니까?(why can't I?)" 하필 이 부대가, 하필 이 병사가 이 상황에 처한 것은 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미국의 31대 대통령 허버트 클라크 후버의 말처럼 노인들이 전쟁을 선포하지만 싸우고 죽는 것은 청년들이니까.(Older men declare war. But it is youth that must fight and die.) 기고자 : 황석희 영화번역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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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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