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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우드슨 지음 | 허드슨 탤벗 그림
최순희 옮김 | 주니어RHK | 48쪽 | 1만4000원

수니의 증조할머니는 일곱 살 때 버지니아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농장으로 팔려 갔다. 엄마 아빠와 헤어져 혼자 노예로 팔려 간 것이다. 아이에겐 엄마가 준 헝겊 조각 하나, 주인집에서 얻은 바늘 두 개와 산벚나무 열매로 물들인 붉은 색실뿐이었다. 아이는 자라서 조각보를 만들었다. 조각보에 하늘의 달과 별을 읽어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수놓았다. 글을 모르는 노예들이 그 조각보를 보고 달아날 수 있도록. 수니의 딸도, 그 딸의 딸도 노예로 팔렸지만, 조각보 비밀지도 만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 북쪽으로 가는 길을 새겼다. 엄마들은 딸들을 둥개둥개 어르며 속삭였다. "밤하늘의 달과 별을 보렴, 아가야. 저기 길이 있어."

저자는 뉴베리상 4회 수상을 비롯,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등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을 모두 받은 작가 재클린 우드슨(59). 8대에 걸친 작가 집안의 할머니들 이야기를 솜씨 좋은 바느질로 조각보를 이어붙이 듯 펼쳐 간다. 은하수를 닮은 조각보는 노예로 팔려다니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흑인 민권운동 행진으로 이어진다. 마침내 작가는 들에 나가 채찍을 맞으며 일하거나, 자유를 얻으려 행진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태어났다. 작가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할머니는 밤하늘의 달과 별을 가리키며 손녀에게 속삭였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모든 일이 너의 길잡이가 되어 줄 거란다. 거기 길이 있단다, 얘야. 거기 길이 있어."

잔혹한 역사를 되짚어 말하되, 미움과 분노 대신 가족과 인류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이다.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는 "사람이 서로를 평등하게 존중하는 세계는 하루아침에 발명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