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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에너지 의존도 낮추려
EU에 매년 가스 추가 공급하기로
캐나다·브라질도 석유 증산 합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서방 각국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추진해온 '탈(脫)화석연료'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앞으로 10~30년간 청정·신재생 에너지로 점진적으로 전환해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방침인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에너지 공백이 커지면서 화석연료의 생산·유통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세계 4위 산유국 캐나다는 24일(현지 시각) "연말까지 하루 최대 30만배럴의 원유를 증산하겠다"며 "액화천연가스(LNG)도 러시아산을 대체할 정도로 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 우방과 동맹국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도 올 연말까지 석유 생산량을 하루 30만배럴씩 늘리기로 했다.

미국은 유럽연합(EU)에 LNG 150억㎥를 연내 추가 공급하고, 2030년까지 매년 500억㎥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러시아가 유럽에 연간 공급하는 1550억㎥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국내 셰일가스 채굴을 줄이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공약은 사실상 후퇴하게 됐다. 청정 에너지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던 독일은 전력 공급에서 배제했던 일부 석탄 화력발전소를 필요 시 투입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미 뮌헨 지역에서 석탄 발전소 한 곳의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했던 뉴욕 월가의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에너지 위기 관련 백악관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산 천연가스를 더 많이 개발해 유럽에 지원하는 '마셜플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 대한 가스 지원을 냉전기 미국이 소련 위협에 맞서 펼친 서유럽 재건 계획에 빗댄 것이다. 바이든 정부와 긴밀한 관계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최근 주주 서한에서 "각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대체재를 찾는 동안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이 지체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선 "유가 안정을 위해 독재자들과 손을 잡는 판에 국내 화석연료를 죄악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이 최근 베네수엘라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에 제재 완화를 고리로 석유 증산을 요청한 것을 두고서다. 이란은 핵협상 복원과 석유 증산의 대가로 대미 도발 수뇌부인 혁명수비대를 테러 집단 목록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고 NYT가 전했다. 기고자 :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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