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태아 거꾸로 섰을 경우엔 제왕절개 고려해야

임신부는 분만 예정일이 다가오면 과연 진통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된다. 진통을 겪다가 수술했다는 주변 경험을 들으면 자연분만보다는 제왕절개 분만으로 마음이 기울기도 한다. 이런 경향은 나이가 많거나 어렵게 임신한 경우에 더 심하다.

◇제왕절개 매년 증가

2020년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53.6%로 임신부 2명 중 한 명이 수술로 아기를 낳고 있다. 통계를 보면 계속 늘고 있다. 제왕절개 분만율이 증가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임신부의 나이도 크게 작용한다. 2020년 기준 임신부의 평균 나이는 33세다. 35세 이상 33.8%, 40세 이상도 5.1%다. 나이가 많으면 난임 시술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다태임신이 늘어나 제왕절개 분만이 많아진다. 또 제왕절개 분만율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인 초산 제왕절개 분만율이 59%(2020년)로 5년 사이 40% 이상 증가했다. 제왕절개 분만율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높을 뿐 아니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조건인 일본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20%다.

제왕절개 분만은 자연분만보다 위험하다. 감염, 출혈, 혈전색전증(혈전 조각이 혈류를 타고 돌다가 혈관을 막아버리는 것)이 많이 발생하며 마취에 의한 합병증도 있을 수 있다. 드물지만 수술 중 방광이나 장이 다칠 수 있고 복강 내 유착이 생길 수도 있다. 다음 임신에서는 자궁 파열의 위험이 높아지고 전치태반(태반이 자궁경부 안쪽 입구를 막고 있는 것)의 빈도도 증가한다. 제왕절개 분만을 하면 신생아에서 호흡기계 합병증이 늘어나며,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산모 사망률도 높아진다.

제왕절개 수술은 자연분만을 하면 임신부나 태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수술에 따른 위험보다 더 크다고 판단될 때 하는 것이 옳다. 제왕절개 분만 이력이나 자궁 근종 적출술 병력이 있을 때, 태아의 엉덩이가 아래쪽을 향해 있거나 전치태반인 경우 등에 제왕절개 분만을 한다. 또 진통 중에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거나 태아곤란증(산소 결핍으로 태아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있으면 수술을 한다. 의학적 이유가 뚜렷한 제왕절개 분만은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진통 중 수술, 최대 20%

진통 자체를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진통하다가 수술하는 것은 싫다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진통하다가 수술할 가능성은 약 10%이고, 유도분만(약물로 자궁 수축을 일으켜 출산하는 방법)을 하다가 수술할 가능성은 20%다. 진통 중 수술할 확률이 20%를 넘지 않는다.

반대로 제왕절개 수술 후 통증은 참을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는데, 수술 당일과 다음 날은 서 있기도 힘들다. 자연분만에 비해 회복도 늦어지고 육아도 더 힘들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산부인과학회에서는 출산에 앞서 진통 등 분만에 대한 교육과 정서적 지원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하기를 권하고 있다. 진통 중에 무통 마취(척수에 닿지 않는 경막외 마취)를 하면 많은 경우 분만 진통을 견딜 수 있다.

때로 친정어머니나 언니가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수술을 했다거나, 첫아이 분만 때 고생을 많이 해서 이번에는 수술을 하겠다는 임신부도 있다.

◇무통 마취로 진통 경감 가능

임신부가 의학적 이유가 없는 제왕절개 분만을 하려는 건 굳이 위험한 길로 가겠다는 것이라 만류해 보지만, 많은 경우 첫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주변 사람의 말이나 심지어는 인터넷상에서 알게 된 것을 더 믿는 것 같다. 사실 의사는 불편을 감수하고 자연분만을 권유하는 것이다. 수술을 선택하면 미리 날짜를 잡아서 분만일이 예측 가능하다.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수술하게 되면 '왜 미리 수술을 권하지 않았느냐'는 원망을 들을 수도 있고, 드물지만 의료사고라도 나면 수술하지 않은 것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분만이 좋은 것이고 제왕절개 분만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수술해야 할 임신부가 자연분만을 시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다만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임신부인데도 수술한다면 문제다.

'선택적 제왕절개 분만'이란 말은 임신부가 고르라는 뜻이 아니라 '응급 상황'의 제왕절개와 구분하기 위한 표현일 뿐이다. 분만 방법의 결정은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픽] 연도별 제왕절개 분만율

※'전종관 교수의 예비 엄마 똑똑 가이드'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기고자 :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228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