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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며 우크라이나 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의 민주주의 대표 국가'로 위상을 공고히 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일본 의회 화상 연설을 지켜본 뒤 "추가적인 인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억달러(약 1220억원)를 추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NHK는 "일본 정부가 폴란드 등 주변국으로 피란한 우크라이나인을 위해 자위대 의료관과 간호관을 파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인도적인 국제 구호 활동 요건을 규정한 국제평화협력법(PKO협력법)의 요건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러시아에 실질적 압박을 가한 나라"라고 감사할 정도로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직접 미하일 갈루진 주일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일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주요 인사의 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미국·유럽연합(EU) 규제에 동참했다. 과거 난민 인정에 인색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제3국으로 탈출한 피란민을 받아들이고 취업도 허용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영역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적극적이다. 도쿄·오사카 등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위해 공영 주택과 정착·취업 지원을 위한 상담센터를 마련했다.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은 사재 10억엔(약 1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 '컵라면' 개발사 닛신그룹 등 대기업도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잇달아 밝혔다. 일본 국민은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공식 기부 계좌가 개설되자 일주일 만에 20억엔가량을 모금했다. 고교생 16명이 '평화 세미나'를 조직하고, 주일 러시아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항의 서한을 제출하기도 했다.

일본의 이 같은 행보에 러시아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 러시아 함정이 홋카이도 인근 쓰가루해협을 통과하며 군사적 긴장감을 높였고, 21일에는 영토 분쟁 중인 남쿠릴열도 4개 섬 문제를 포함한 평화협정 체결 협상을 중단한다는 러시아 외무부 발표가 나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27차례 정상 회담을 벌이며 성사시켰던 안건이다.

일본 외교가에선 적극적인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 동참을 두고 "외교적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용인하면 다음은 중국의 차례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 외에도, 그간 중국에 밀려 주춤하던 일본의 '아시아 대표 선진국' 이미지를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고자 : 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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