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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저로 간 박근혜… 5년만에 대국민 메시지

작년 말 특별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병원에서 퇴원해 5년 만에 국민 앞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돌아보면 지난 5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며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늘 건강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축하 난을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 주에라도 찾아뵙고 싶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도 건강 잘 챙기시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8분 동안 메시지를 발표했다. 지지자와 관광객 약 5000명은 풍선을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한 아이가 건넨 꽃다발을 받아 들고 웃으며 마이크 앞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며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좋은 인재들이 고향인 대구에서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곧바로 사저로 들어갔고, 입주를 기념해 약과와 시루떡 등이 포함된 이사 떡 세트를 쌍계 1리와 쌍계 2리 등 총 179가구에 보냈다. 경북 김천에서 온 진무경(64)씨는 "(박 전 대통령이) 마당으로 얼굴 한 번 더 보여주실까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달성군 주민 김명숙(65)씨는 "오랜 기간 고생하셨는데 고향에서 편히 보내시길 바란다"며 "얼굴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날 연설 도중엔 소주병이 박 전 대통령 앞 10여m 지점까지 날아와 깨지는 소동이 있었다. 경찰은 소주병을 던진 이모(47)씨를 특수상해미수 등 혐의로 체포했다. 이씨는 경찰에 "(박 전 대통령이) 인혁당 사법 살인에 대한 사죄를 하지 않아 보복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을 퇴원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염려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지지자 200여 명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경환 전 부총리, 조윤선 전 정무수석, 황교안 전 총리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인사들이 함께했다. 이어 국립현충원을 찾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대구로 내려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발언을 자제했다. 그러나 사저에 5000명이 몰려들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이)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한 것은 정치 활동을 지금 하고 있는 분들일 것"이라며 "이들에게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이뤄달라고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만나면 보수 진영의 결집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 청산 수사를 지휘하며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로 만나서 오해가 있었던 것은 풀고, 또 서로 함께 통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모습 아닐까 싶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달성군 사저로 퇴원 축하 난을 보내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다음 주라도 찾아뵙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도 윤 당선인에게 '건강을 잘 챙기시길 바란다'고 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밝혔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대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원래 전직 대통령을 다 모시게 돼 있지 않으냐. 당연히 (초청하겠다)"라고 했다. 기고자 : 조의준 기자 대구=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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