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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서 '마술피리' 주역 맡은 소프라노 박혜상, 세계서 '러브콜'

관객들은 성악가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눈부신 미소만 기억하기 쉽다. 2020년 세계 굴지의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메트)의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혜상(33)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려한 고공비행 이면의 눈물과 좌절에 대해서는 정작 접할 기회가 드물다. 박혜상에게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삼수(三修) 끝에 줄리아드 음대에 진학하기 직전의 20대 중반이 그런 시절이었다. 당시 그는 서울의 레스토랑과 결혼식장에서 노래했고,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벽지 산골로 내려가서 7~8개월간 성악 공부를 하기도 했다. 탁자 위의 컵에 물을 받아 놓으면 밤새 얼어붙는 외진 마을. 아침에 일어나면 지붕 위에서도, 냇가에서도 노래하고 악보를 공부했다.

판소리 득음(得音)을 위해 폭포수 앞에서 피를 토하며 '산 공부'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과문한 탓인지 오페라 성악에서는 처음 접하는 이야기였다. 박혜상은 24일 인터뷰에서 "찾아주는 곳도, 해야 할 일도 없던 그 시절에 유일하게 세상에서 나를 받아주던 곳"이라며 "음악 안에만 젖어 있던 당시의 경험이 오늘날 저를 만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그가 9차례 노래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에 대해서 뉴욕타임스는 "고급스러운 천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극찬했다. 다음 달 뉴욕 필하모닉의 신년 콘서트에 이어서 베를린 슈타츠오퍼와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의 오페라까지 전 세계에서 눈코 뜰 새 없이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경기도 양주의 부모님 댁 외에는 전 세계에 집이 따로 없다는 점도 독특하다. 뉴욕과 베를린 두 곳의 창고에 필요한 짐을 넣어 두고 짐 가방 두 개만 들고 다닌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그때그때 잡는다. 박혜상은 "나를 묶어두지 않으면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순간순간에 가치를 두게 된다"면서 "당분간 노마드(nomad·유목민)의 삶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사이 한국에서도 2월 5일 예술의전당, 3월 25일 대구 달서아트센터, 26일 고양아람누리에서 3차례 독창회를 연다. 해외에서 노래할 때는 한국 곡들을 넣는 것도 음악적 강점이다. 다음 달 뉴욕 필 콘서트에서도 '새타령'과 임긍수의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부를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아름답지만 덜 알려진 외국 곡들을 소개하고, 해외에서는 우리 노래를 전파하는 것이 성악가로서 임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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