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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시대, 생분해 섬유 급성장
땅에 묻으면 100% 썩어 사라져

국내 가방 업체 조셉앤스테이시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분해 섬유로 만든 가방을 출시했다. 땅에 묻으면 3년 안에 분해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많이 찾다보니 필연적으로 생분해 가방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외 패션·의류, 생활용품 업체들이 땅에 묻으면 100% 썩어 사라지는 생분해(生分解) 섬유로 만든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가히 '썩어야 팔린다'고 할 정도다. 갈수록 거세지는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서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생분해 원사나 섬유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기존 합성섬유를 사용하는 것보다 제품 생산 비용이 2~5배가량 더 들고, 새로운 기능성 생분해 원사를 개발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기업들은 미래 성장성을 보고 뛰어들고 있다.

◇티셔츠도 신발도… 썩어야 산다

국내 아웃도어 의류업체 노스페이스는 작년 말부터 생분해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든 스웨트셔츠와 외투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올해 봄에도 티셔츠와 가방 등 7개 품목을 생분해 소재로 만들었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생분해 제품 생산 비용이 50%가량 비싸지만 그만큼 매출도 잘 나와서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친환경 스타트업 LAR은 재생 플라스틱 섬유와 생분해 소재 밑창을 적용해 운동화를 만든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생분해 밑창을 적용한 운동화는 일반 운동화보다 100배 빨리 썩는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이 업체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생분해 섬유 시장은 팽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인더스트리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생분해 섬유 시장은 해마다 11%씩 성장, 2027년엔 5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10년 전부터 생분해 원사를 생산해 온 섬유업체 휴비스의 경우 올해 국내 시장에서만 생분해 폴리에스테르 섬유 '에코엔'을 3500t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방수포 재질의 폐현수막을 재활용해서 가방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 가방업체 '프라이탁'은 최근 100% 썩는 생분해 방수포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창립자 중 한 명인 다니엘 프라이탁은 "지금까지 우리는 버려진 방수포를 재활용해서 가방을 만들었지만, 이조차도 낡고 못 쓰게 되면 결국 쓰레기가 된다"면서 "썩어서 온전히 지구로 돌아가는 소재를 개발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미국 의류업체 랄프 로렌은 지난달부터 생분해가 되는 천연 기능성 섬유로 만든 폴로 셔츠를 국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내추럴 파이버 웰딩(NFW)이 개발한 '엘알엑스 클라루스(LRX CLARUS)'라는 소재로 만든 셔츠다. 보통 땀을 빨리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기능성 원단은 대개 합성섬유를 기반으로 완성되지만, 이 소재는 천연섬유인데도 합성섬유의 기능을 발휘한다.

◇소파·텐트도 '썩는 소재'

최근엔 소파나 텐트까지도 생분해가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지는 추세다. 국내 업체 코레쉬텍은 100% 식물에서 추출한 생분해 소재 '서큐론'을 만든다. 식물에서 추출한 젖산을 활용한 합성섬유로 땅에 묻으면 5년 안에 썩어서 사라진다. 최근 장난감과 텐트에도 적용한 제품을 내놨다.

가구업체 '바치 포 드웰링(BFD)'은 국내 업체 '하운지'가 만든 생분해 소재를 활용한 소파를 만들고 있다. 소파의 천을 땅에 묻으면 일정한 습도와 온도 조건 아래 천천히 분해가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반 합성섬유 소파보다 1.5배가량 비싸지만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소각해도 독성이 나오지 않아서 더욱 인기"라고 말했다.

[표] 생분해 섬유 쓰는 업체들 기고자 :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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