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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하니 일감 뺏어＂
90여명이 수사 촉구, 경찰청앞 릴레이 시위

"대한민국에서는 민주노총에 가입해야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건가요?"

22일 오전 7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20년 차 덤프트럭 기사 고원중(60)씨가 자신의 키만 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19년간 민주노총에 속해 경기 북부지역에서 일을 해왔는데, 지부장과 갈등이 생기면서 두 달 전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다고 했다. 고씨는 그 뒤 민주노총 탓에 일감이 끊겨 월 250만원 되던 수입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난 15일부터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고 한다. 고씨와 함께 민주노총을 탈퇴한 덤프트럭 기사 등 다른 노조원 90여 명도 잇따라 릴레이 시위를 하기로 했다.

이들은 노조 탈퇴 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자신들이 일하는 건설 현장 등을 찾아와, 노조를 탈퇴한 사람들 대신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일감을 주라고 압박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조합원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허락을 받아야 일할 수 있는 것이냐"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게 사실이라면 채용과 관련해 건설사 등에 대해 강요나 협박을 한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들이 탈퇴하기 전 민주노총 소속으로 일감을 따왔던 것이기 때문에 탈퇴한 후에는 일감을 돌려주는 게 맞는다"고 했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사람들은 "현장에서 민주노총의 불법이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22일 오전 9시 경기도 양주시 한 건설현장 앞에는 빨간 조끼와 모자를 쓴 민주노총 조합원 30여 명이 모여 집회를 했다. 지난 18일 이곳 현장 소장이 기존에 사업을 따낸 전(前) 민주노총 노조원과의 계약을 그대로 잇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경기 북부 일대 여러 공사 현장에서 이 같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4일 양주시의 다른 공사 현장에서는 민주노총 쪽에 일감을 넘기기도 했다. 현장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사람들이 맡은 덤프트럭 배차 업무를 민주노총 조합원과 반씩 나누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는데, 민주노총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공사 현장뿐 아니라 원청인 대형 건설사 사무실, 발주처인 지자체 등에서도 잇따라 집회를 벌여서 결국 민주노총에 일감을 다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만 "공사 현장 소장 등이 수사에 얼마나 적극적이냐에 따라 업무방해 또는 강요나 협박으로 처벌 가능할지 여부가 갈린다"면서 "수사에 소극적이거나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어렵다"고 했다.

노조에서 탈퇴한 사람들은 민주노총 서울경기북부건설기계지부 관계자를 협박, 강요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들은 "정부가 작년부터 민주노총이 주도한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현장은 그대로다"라고 주장했다. 수사를 맡은 경기북부청 관계자는 "현재 고발인들이 제출한 증거 자료들을 들여다보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와 함께 민주노총을 탈퇴한 한 굴착기 기사는 "경찰 위에 민주노총이라는 말을 이제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측은 22일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한 고씨에 대해 "횡령으로 제명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10원짜리 한 장 만진 적 없다"고 했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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