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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친구 어머니가 어깨통증으로 내원(來院)하셨다.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수영일 정도로 운동을 즐기시는데 어깨가 아파 수영장에 통 못 가신다고 하소연하셨다. 다른 병원에 갔더니 어깨 힘줄이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던 터였다. 치료를 위해 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나 필자를 찾아오신 것이다. 친구 어머니의 어깨는 육안으로 보기에는 크게 나빠 보이지 않았으나 초음파나 MRI로 들여다보니 힘줄이 끊어진 지 꽤 오래된 상태였다. 그러나 관절 주위 근육은 나이에 비해 제법 발달되어 있었다. 오랜 세월 거의 매일 수영을 하셨기 때문에 연세보다 건강한 근육 상태를 유지하고 계신 것이다. 구순(九旬)에 가까운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물속에 들어가면 물개처럼 수영하신다고 했다.

다른 병원에서도 아마 주위 근육이나 관절 상태가 좋기 때문에 수술을 고려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수술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첫번째, 우선 조금씩 손상돼 끊어지면, 그것을 다시 이어 놓아도 정상적인 힘줄 역할을 할 수 없다. 조금만 무리해도 다시 끊어지는 경우가 허다해 힘줄을 연결하는 의미가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붙어있는 것처럼 보여도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나이 들어 수술하는 경우가 더욱 그렇다.

두 번째 이유는 수술 후 수개월 동안 어깨가 고정되면 어깨 관절 주위의 근육이 마른다는 점이다. 이것은 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설혹 수술이 잘 돼도 재활 시간이 길어 어깨 운동 범위가 줄어들거나 힘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수개월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어깨가 굳을 수밖에 없다.

어깨 힘줄 손상(예: 극상근)보다 어깨 주위 근육(예: 승모근)이나 관절이 온전한 상태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하다. 처음 움직일 때는 어깨 힘줄의 역할이 크지만, 어깨 전체 운동에는 어깨 주위 근육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날개뼈를 움직이는 근육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부위는 가슴과 등을 풍성하게 보이는 근육들이다. 실제 보디빌더(bodybuilder) 중에는 어깨 힘줄이 거의 끊어진 상태에서도 운동을 통해 외관상으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어깨 주위 근육들이 마르는 것은 여러모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깨 주위 근육은 온전한데, 오로지 어깨 회전근의 퇴행성 손상 때문에 수술한다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 실제로 어깨 주위 근육이 말라 전체적인 어깨 운동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퇴화도 빨라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마지막 이유는 어깨 힘줄이 끊어진지 오래됐다면 수술에 실패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어깨의 통증은 어깨 위보다는 어깨 옆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견쇄관절(肩鎖關節·날개뼈의 견봉과 쇄골이 만나서 이루어진 관절) 부위의 통증은 어깨 위에서 괴롭히는 경우가 많으나 견쇄관절 아래 힘줄(회전근 힘줄) 통증은 어깨 외측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어깨 외측에 통증이 오면 반드시 견쇄관절 아래 힘줄이 손상됐는지 먼저 의심해야 한다.

어깨의 불안정으로 인해 어깨 힘줄이 압박받으면 염증이 생기고 반복적으로 통증이 온다. 이때 통증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테로이드만 주입하는 것은 근본 해법이 되지 못한다. 단기적으로는 통증이 개선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손상된 힘줄의 재생을 막아 퇴행이 더 빨라질 뿐이다. 더 나아가 어깨 힘줄이 끊어져 수술로 다시 이어줘도 모양만 맞을 뿐 기능은 전처럼 돌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치료법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깨가 부딪혀 통증이 올 때 견쇄관절 아랫부분에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휘어진 시침을 살짝 펴주면 분침이 시침을 지날 때 걸리지 않는 것처럼 쉽게 좋아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어깨 주위 근육이 마르면서 만성 질환이 된 경우에는 적절한 운동이나 자세 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깨통증은 50세 전후로 느끼는 경우가 많아 흔히 '오십견'으로 통칭된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어깨 주변에 발생한 특별한 병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의학적인 진단명이라고 할 수 없다. 50세 즈음에 비로소 통증이 느껴지는 것일 뿐 사실은 10~20년 전부터 어깨 손상이 이어져 온 것이다. '어깨가 만성적으로 아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렇다면 '그냥 아프다'와 '만성적으로 아프다'는 무슨 차이일까? 그냥 아픈 것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의 회복 능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이에 반해 후자는 스스로 치유되는 듯하다가 다시 아프거나, 아예 좋아지는 느낌조차 없이 계속 아픈 것이다.

어깨 힘줄 부상으로 통증이 생겼을 때 치료 방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젊고 활동적인 사람이 갑자기 힘줄이 끊어졌다면 기능상의 문제를 고려해 수술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속칭 오십견이란 만성적인 어깨 통증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는 통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다행히도 어깨 통증은 다른 관절에 비해 잘 치료된다. 만일 통증만 있는 경우라면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친구 어머니 역시 수술 없이 통증에서 벗어나 여전히 수영을 즐기신다는 기쁜 소식을 봄바람에 실어 전해 본다. 기고자 : 안강 안강병원 원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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