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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구본숙 사진전
연주자·무용수들, 모델로 분장

국내 정상급 연주자와 무용수들이 어릿광대와 국왕, 조선 시대 여인 등으로 분장했다.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사진작가 구본숙(53)씨다.

24~31일 서울 평창동 전시실 겸 음악 공간인 '수애뇨339'에서 열리는 사진전 '카니발'을 앞두고 구씨는 기발한 주제를 떠올렸다. 독일 작곡가 슈만(1810~1856)의 피아노 독주곡 '카니발'에 실린 21곡의 음악들을 사진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것. 20대 중반 슈만이 작곡한 이 곡은 '사육제'라는 제목처럼 피아노를 통해서 표현한 가상의 음악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김규연(서울대 교수)·김태형(경희대 교수)·박상욱·이효주·조재혁 같은 연주자들과 무용가 이나영씨 등이 그의 아이디어에 흔쾌히 동참했다. 김규연 교수는 흔히 요부(妖婦)로 번역되는 7번째 곡 '코케트(Coquette)'를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해 조선 시대 여인들이 나들이할 때 사용했던 전모(氈帽)를 썼다. 피아니스트 이효주는 슈만이 아내 클라라를 위해서 쓴 11번째 곡을 위해 신윤복의 '미인도'처럼 가체(加?·부인들이 머리를 꾸미기 위해 다른 머리를 덧붙인 것)를 얹었다. 신윤복의 미인이야말로 슈만의 아내와 같다는 설정이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피아노의 시인' 쇼팽을 표현하기 위해 국왕으로 분했고, 김태형 교수는 두 번째 곡 '피에로'를 위해서 직접 피에로로 분장했다. 분장에만 40분, 촬영에는 각각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 연주자들은 대부분 지난 1~2월 촬영을 마쳤다.

구본숙 작가는 지난 2002년부터 리허설과 공연, 무대 뒷모습까지 국내외 음악가 300여 명의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했다. 그는 "음악가들은 표정과 동작으로도 연주하는 사람들"이라며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음악을 사진으로 붙잡아두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 역시 눈으로 보는 사진과 귀로 듣는 음악의 협업인 셈이다. 24일 오후 7시 30분에는 피아니스트 김태형 교수가 직접 슈만의 '카니발'을 연주하는 공연도 열린다. 김 교수는 "물론 이번에는 분장은 안 하고 연주만 한다"면서 웃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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