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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가수 톱7 뮤지컬배우 고은성
'데스노트'서 악역 라이토 맡아

배우 고은성(32)이 '내일은 국민가수' 톱 7에 오르고 나서 선택한 뮤지컬은 '데스노트(Death Note)'다. 원작은 메가 히트한 일본의 동명 만화. 주인공 라이토(고은성)는 신비한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범죄자를 처단하면서 명탐정 엘(L)과 대결하는 18세 고교생이다. 이 뮤지컬은 벌써 5만여 석이 판매되며 4월 1일부터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하기도 전에 흥행을 예약했다.

"정의감이 충만한 라이토는 평면적 악당이 아녜요. 악을 행하지만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어요.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하다 거꾸로 가기로 했습니다. 라이토의 착한 면을 찾아낼 거예요. 선해야 악이 더 잘 드러날 테니까요."

표정이 진지했다. 고은성은 "악하게 보이기 위해 악함을 연기하고 싶진 않다"며 "인물을 표현하려 하지 않고 진짜라고 믿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데스노트'만의 매력은?

"이야기와 음악이 묵직해요.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을 좋아하는데 배우로 부르는 건 처음이에요. '지킬 앤 하이드'가 클래식하다면 '데스노트'는 얼터너티브 록에 가깝습니다. 음악적 부피감에 매료됐어요."

―연기력을 쌓을 뮤지컬을 고르나요?

"부서지고 넘어지더라도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라이토를 준비하는 동안엔 대사마다 '왜?'라고 질문하면서 기초공사를 했어요. 발밑에 쌓아둔 논리, 상대 배우와의 호흡 등에 따라 연기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노래 실력은 충분히 증명했고, 연기 잘하는 배우 중 롤모델이라면.

"뮤지컬 분야에는 좋아하는 형들이 많아요. 누굴 빼먹으면 큰일 나니까 아무도 언급 안 할래요(웃음). 영화 '반도'를 보고 구교환 배우에게 반해 출연작을 싹 훑다가 깨달았지요. 내가 얼마나 상투적이고 틀에 박힌 연기를 하는지."

어딜 가나 '비주얼 에이스'로 통하는 고은성에게도 근심이 있다. 그런데 뮤지컬 배우로서 단점을 묻자 "외모"라고 답했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키는 고작 178㎝에 얼굴은 작고 남성적이라 참 딱하군요.

"제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외적으로 멋있는 역할만 자꾸 들어옵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배역은 정반대라 스트레스를 받아요. 예컨대 '노트르담 드 파리'라면 근위대장 페뷔스나 시인 그랭구아르가 아니라 꼽추 콰지모도를 맡고 싶다고요!"

―고민을 상담하는 멘토는 없나요?

"박강현 형이 벼락 같은 충고를 한 적이 있어요. 뭐랄까 완벽주의 때문에 저를 구석으로 모는 버릇이 있는데, 형이 대구 사투리로 '바다는 비에 안 젖는다' 하는 겁니다. 개울인지 강인지도 가늠이 안 돼 감정에 비를 내려 찰랑거리게 했는데, 그 충고를 듣고 평온해졌어요. 이젠 덜 괴롭힙니다."

―평생 가장 잘한 일이라면.

"18세 때 뮤지컬에 빠져 꿈을 계속 밀고 나간 거요. 며칠 전에 집에서 옷을 개다가 향기와 햇살을 느끼곤 '뮤지컬아 고맙다'고 했어요. 데뷔하고 몇 년 동안은 공연을 해도 월세와 휴대폰 요금을 내면 빈손이었어요. 배달 알바를 뛰어야 했습니다. 좋아하는 뮤지컬에 상처도 받고 한때 그만둘 생각까지 했지만 지금 이렇게 삶에 여유를 준 것도 뮤지컬이에요."

지난 10년은 '어떻게 하면 고은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를 모색한 시간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이룬 것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배우로서 늘 부족하다 생각하고 잘되고 있을 때 더 의심하겠다는 뜻이었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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