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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못된 농담이나 해킹 같은 건 줄 알았다. 올 초 고등학교 동아리 단톡방에 올라온 한 선배의 부고는 갑작스러웠다. 단단하고 건강한 사람이었다. '허허허' 웃던 모습을 기억했다. 코로나로 한참을 앓으며 중환자실에도 있었고, 상태가 좋아져 일반 병실로 옮겼지만 얼마 버티지 못했다고 했다.

나와는 먼 얘기라 여겼다. 안타까웠지만 깊이 생각하기는 싫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선배의 부고 전에는, 이 불행이 나와 가족의 몫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부고를 들은 날 출근길 지하철 출입구에 카드를 찍자 '마스크를 착용합시다'라는 음성이 울렸다. 왈칵 눈물이 났다.

유가족은 "조문 부담은 갖지 마시고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달라"고 했다. 하루 확진자는 3000~4000명, 사망자는 100명을 넘지 않던 때였다. 그런데도 모여서 애도하지 못한 건 정부 지시를 잘 따랐기 때문이다. 격리된 유리창 너머에 있을 부모를 임종하지 못해도, 마지막 얼굴도 보지 못한 가족이 화장터 소각로로 보내져도, 주저앉아 오열할 뿐 나라를 원망하지 않으려 애썼던 착한 국민이다. 그런데도 피해는 계속 늘어난다. 19일에도 327명이 숨졌다. 매일 세계 확진자의 20~25%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 한 친구는 "번호표 뽑아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했다.

무서운 건 관료들의 말이다. "백신 위험성보다 접종으로 인한 사회적 효용이 크므로…"라고 말할 땐 목숨을 거침없이 숫자와 확률로 치환하는 게 끔찍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누구나 전파자가 될 수 있으니 철저히 거리 두기를 하라"던 이들이 "이제 코로나는 계절 독감과 치명률이 비슷하거나 낮다"는 말을 반복하며 모임 인원과 허용 시간을 늘리고 있다. 설마 '빨리 걸려서 죽을 사람 죽고 끝내자'는 건 아닐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와 희생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살며 사랑하는, 누군가의 귀한 친구이며 가족이다.

가끔은 눈앞의 팬데믹보다 애도하는 법을 잊어가는 듯 보이는 사회가 더 무섭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복지부는 마지막 감염자 사망 28일 뒤 '종식'을 선언했다. 그 유가족은 "온 나라가 남편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마지막 코로나 감염자를 보내고 나면 이 비극이 종식될까. 고독사 장례 담당 공무원 이야기 '스틸 라이프'를 만든 영화감독 우베르토 파솔리니는 말했다. "한 사회의 품격은 죽은 이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사자(死者)에 대한 태도는 결국 그 사회가 살아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국은 작년 5월부터 세인트폴 대성당 주도로 코로나 희생자 추모 웹사이트 '리멤버 미'를 마련했다. 미국선 작년 11월 LA 그리피스 천문대가 정원을 2만6000여 개의 흰색 추모 깃발로 수놓았고,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영업 중단' 등 코로나 시대상을 보여주는 물품을 수집 중이다. 희생자를 기리는 장소에 촛불과 꽃이 놓이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코로나 희생자를 어떻게 추모할 것인지 우리도 함께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노자(老子)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했다. '천지는 어질지 않다. 만물을 풀과 개처럼 여긴다.' 우주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 허랑한 말을 늘어놓는 관료들, 1만명이 죽은 뒤에야 페이스북으로만 애도를 말하는 지도자가 야속한 나라에서, 서로 불쌍히 여길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우리 자신뿐이다. 코로나 희생자를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기억하고 또 애도하는 것, 그것이 이 잔혹한 시대에 우리가 '사람답기'를 멈추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기고자 : 이태훈 문화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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