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여가부 양성평등 실태 조사

'이대남(20대 남성)' 4명 중 1명은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더 불평등하다고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이대녀(20대 여성)' 4명 중 3명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더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인식은 여성가족부가 19일 발표한 '2021 양성평등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조사에서 대체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남녀 모두 자기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느꼈다. 전체적으로는 5년 전 조사보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답변이 21.0%에서 34.7%로 올라가긴 했지만, 연령이 낮을수록 이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이대남은 46.8%가 우리 사회가 '남녀 평등'이라고 생각했고, 24.0%는 '남성에게 불평등'이라고 답했다. 이대녀는 '남녀 평등'에 22.4%, '여성 불평등'에 73.4%가 손을 들었다. 남성 불평등 주장은 이대남, 여성 불평등 주장은 이대녀와 '삼대녀(30대 여성·76.8%)'에서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에서 ‘남녀가 평등하다’는 답변은 전 연령대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높았다. 성별 격차가 가장 뚜렷한 연령대는 20대(24.4%포인트)였고 40대부터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남성 중 ‘여성에게 불평등’ 인식은 40대(47.0%)에서 가장 높았고 ‘남성에게 불평등’은 15~18세(14.2%)에서 가장 낮았다. 여성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여성 불평등’ 인식이 낮아져 60대 이상에서 54.1%였다.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심각한 수준으로 보는 인식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92.1%)이 높지만 남성도 5년 전보다 4%포인트 올라 79.3%는 여성 폭력이 심각하다고 봤다.

전통적인 성 역할 고정관념도 대폭 개선됐다. ‘가족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이 2016년 42.1%에서 29.9%로 줄었다. ‘여성은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자녀 돌봄의 주된 책임이 있다’는 생각도 같은 기간 53.8%에서 17.4%로 3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현실은 높아진 인식 수준을 못 따라갔다. 하루 중 ‘일하는 시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2.4시간 길고 가사에 쓰는 시간은 반대로 여성이 1.6시간 길었다.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집에서 여성이 평일 돌봄에 쓰는 시간은 3.7시간으로 남성(1.2시간)의 3배를 웃돌았다. 맞벌이도 돌봄 시간은 여성(1.4시간)이 남성(0.7시간)의 갑절이었다. 직장 내 성차별 중에서도 ‘직원 채용 단계에서 남성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14.4%에서 18.5%로 되레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 미혼자 55.2%는 결혼 생각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결혼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남녀 간 차이를 보였다. 여성은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어서’(51.3%), 남성은 ‘경제적 비용 부담’(48.1%)을 꼽았다. 남녀 모두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결혼 의사가 낮았는데, 남성은 소득 수준별로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자녀가 없는 15~49세 중에서 자녀를 가질 생각이 있는 사람은 40.5%에 그쳤다. 특히 여성 청소년 열에 일곱(70.5%)은 출산할 생각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최문선 여가부 여성정책과장은 “공정에 민감한 젊은 세대 남성들이 남성에게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을 경험하고, 취업이나 주택 마련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별 불평등 문제를 더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은 어렸을 때부터 비슷한 교육과 대우를 받아 온 같은 나이대 여성들과 자신이 평등한지 비교하는 반면에 20·30대 여성은 중년 여성들이 겪는 유리 천장이나 가사·돌봄 부담을 자신의 미래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은경 기자
본문자수 : 1869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