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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에서는 최장 40년 고정 금리 정책 대출 상품인 '적격대출'이 은행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몰려 판매가 조기 마감되는 '오픈런(open run)'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적격대출 1월 한도 330억원을 하루 만에, NH농협은행은 1분기 한도 160억원을 이틀 만에 소진했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적격대출 금리가 일반 주담대보다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19일 5대 은행 주담대 금리(변동금리)는 연 3.86~5.06%인 데 반해 하나은행 적격대출은 금리가 연 3.40%입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가산 금리를 끌어올린 영향입니다.

금리도 매력적이지만 적격대출은 다른 정책 모기지 상품들보다 주택 가격 기준(9억원 이하)도 높아 고객들에게 인기입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몇몇 은행들은 시큰둥합니다. 5대 은행 중에서는 하나·우리·농협은행이,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경남·제주은행만 적격대출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3분기부터, 신한은행은 2019년 10월부터 적격대출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취급할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이 은행들은 "적격대출은 그간 판매 비중이 높지 않았던 데다 정부에서도 축소하라는 분위기"라는 이유를 댑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말이 나옵니다. "돈이 안 되니 손을 뗀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적격대출은 시중은행이 주택금융공사를 대신해 판매하고 주금공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인데, 수수료가 0.25%로 낮습니다. 작년 3분기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차)이 1.8%포인트였던 것을 감안하면 은행 입장에선 적격대출 판매가 큰돈이 안 된다는 것이죠.

반면 적격대출을 파는 은행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대출받으러 온 고객에게 자사 적금 등 다른 상품을 홍보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인터넷전문은행이나 간편 송금 앱 등으로 기존 고객 이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채널로 활용하는 겁니다.

지방은행의 경우 정책금융상품 취급률 등이 지역 시(市)금고 선정 등에 평가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단순히 수익성만 따져 판매를 중단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적격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입장 차이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합니다.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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