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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총선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검찰의 선거사범 단속을 총지휘하는 김기춘 법무부장관을 만나 단속대책과 앞으로의 처리방향 등을 들어보았다.

-이번 선거는 뚜렷한 쟁점이 없어서 그런지 유권자들이 전보다 냉담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법집행의 책임자로서 전반적인 선거분위기가 어떻다고 봅니까.

"역대선거에서 볼수 없을 만큼 차분하고 조용한 것 같습니다. 그 어느때 보다도 이번 총선은 돈안드는 깨끗한 선거가 돼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적 감시가 워낙 강해 후보자나 선거운동원 유권자들이 본의든 아니든간에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그렇게 볼만한 나름대로의 근거같은게 있습니까.

"몇가지 지표를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쇄소의 주문량과 비누 수건 술 등의 판매량 관광지 숙박업소의 현황 등입니다. 각종 정보를 보면 이런유의 경기가 과거 선거때보다 못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흥청대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

-선거사범을 단속하면서 어떤 대목에서 특히 어려움을 느낍니까.

"선거법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해서 잘 지키려하지 않는 풍토입니다. 법은 충돌하는 이익간의 타협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자기에게 불리한 법이라도 지키는게 성숙한 민주국민의 자세입니다. 4천만 국민이 다 어기는 법이라면 더이상 법으로 존재할 수 없고 사문화됩니다. 사람들은 흔히 수사기관이 단속을 하지않아서 법이 안지켜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그건 잘못입니다. 준법의 일차적 책임은 입법자와 국민인 유권자에게 있는 것입니다. "

-현재 후보자 70여명을 포함해 3백여명이 각종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돼 있는데 이들은 어떤 기준에 따라 처리할 계획입니까.

"검찰의 원칙은 확고합니다. 정당신분 지위여부를 묻지 않고 엄정히 처리할 것입니다. 특히 금품을 요구한 유권자나 제공한 운동원,불법유인물 배포,폭력사범을 엄히 처벌할 방침입니다. "

-선거사무장이 법정 선거비용을 초과지출했다가 금고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되도록 돼있습니다. 이런 경우도 과연 법대로 처리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선거만 하면 경제가 흔들린다는 고질적인 병폐와 후진성을 근절한다는 차원에서도 더욱 그렇습니다. 돈 많이 쓰는 선거는 이젠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검찰은 선거비용 초과지출 혐의가 인정되면 신속한 처리로 당선이 무효가 되게 해 돈으로 얻은 당선은 무의미하다 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선거때면 검찰 등 수사당국이 엄정중립을 공언하면서도 실제로는 여당쪽에 치우친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여야협상 등 정치적 고려에 의해 선거사범 문제가 처리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이고 검찰은 법치주의의 감시자입니다. 법치주의의 생명은 법집행의 일관성과 형평성에 있습니다. 이를 잃으면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아래 선거범 처리가 일관성과 형평성을 잃지않도록 각별히 유념하고 검찰도 그렇게 하도록 감독할 것입니다. "

-민주당의 전국구후보 헌금공천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방침입니까. 정구영 검찰총장이 선거가 끝난 뒤 수사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이 문제는 일단 선거뒤로 미루어졌습니다만,아직도 이에대한 검찰의 방침이 큰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법규정과 정치 현실간의 괴리를 들어 공천헌금은 어쩔 수 없다며 정치자금법 위반을 정당화하려는 듯한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분명합니다. 현실이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법을 현실에 맞게 고치든가 아니면 철저히 지켜야합니다. 법은 누가 만듭니까. 국회의원들이 만드는 것 아닙니까. 어떤 법이든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소 불리한 것도 있고 유리한 것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현실을 이유로 스스로 만든 법의 위반을 정당화할 것입니까. 나는 현실이 이러니까. 어겨도 되고 상대방은 어기면 안된다 는 식의 이중적 사고는 곤란합니다. "

-그러면 선거가 끝난 뒤 검찰의 조사가 있는 겁니까.

"헌금이 공천과 관련된 것인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그건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통해 가려질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선 공천과의 대가관계 등 사실 확인이 선행돼야 합니다. "(김 장관은 검찰의 수사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대답을 피한채 선거가 끝난 뒤 검찰을 보라고만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이런 문제는 정치권이 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 해결하는게 좋은지 아니면 검찰이 수사권을 발동하는게 좋은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자금의 정치자금 유입은 어떻게 단속하고 있습니까.

"검찰과 금융당국에서 정보수집 등을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단서가 발견된 것은 없습니다.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례가 적발돼 증거가 포착되면 가차없이 처벌할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둡니다. "

-부동표가 많아 선거일을 하루이틀 앞두고 후보자들의 막판 금품공세가 한층 기승을 부릴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

"당국의 단속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 각자의 성숙한 자세와 감시입니다. 모든 후보자나 선거운동원들을 일일이 감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또 국가형벌권은 보충적이고 최후적인 수단입니다. 대부분의 국민은 법을 지키고 예외적으로 소수가 법을 어길때만이 형벌권은 의미를 갖습니다. 돈을 받는 유권자가 많아 수사기관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범법자가 생기면 별 방법이 없습니다. 당국의 단속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궁극적으론 유권자 각자의 민주역량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김랑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