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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 샤구파 누르자이 이메일 인터뷰

"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말이죠."

아프가니스탄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 샤구파 누르자이(29·사진)는 지난해 8월 15일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아프가니스탄을 공포 정치로 다스렸던 탈레반의 깃발이 20년 만에 수도 카불에서 다시 휘날렸다. AK-47 소총으로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노획한 미국제 장갑차를 타고 카불 도로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사방으로 달아났다. 누르자이는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며 "이런 광경은 난생 처음 봤다.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누르자이는 은행에서 급히 현금을 인출해 은신처로 피신했다. 탈레반은 수차례 그의 부모님을 찾아가 그의 행방을 물었다고 한다. 그는 "15일 정도를 창문 없는 방에서 숨죽이고 보냈다"며 "마치 탈레반이 집권하던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했다.

본지는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한 직후 미국과 그리스의 여성 인권 단체 지원을 받아 그리스 아테네로 망명한 그를 두 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누르자이는 8세이던 2001년까지 집에 갇혀 지냈다. 탈레반이 통치하던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낸 탓인지 8세 이전의 기억은 검게 칠한 듯 흐릿하다"고 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그해 10월,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서야 그의 '진짜' 삶이 시작됐다. 누르자이는 "새 아프가니스탄에서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기 시작한 어머니 덕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카불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엔 시민 단체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활동했다. 여성 창업 세미나를 열고 범죄 피해자 여성을 지원했다. 성차별적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곧 그가 나고 자란 헬만드주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2018년엔 총선에 출마해 25세의 나이로 지역구 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출마 후 갖은 협박과 모욕을 당했다. 친오빠가 '돈을 줄 테니 중도 포기하라'고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흔들림 없는 지지와 응원 덕에 완주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력은 그를 탈레반 정권하에서 요주의 인물로 만들었다. 미국 뉴욕에 사무실을 둔 여성 인권 단체 미나스리스트의 사무국장 타냐 헨더슨은 "누르자이를 비롯한 69명의 여자 국회의원들의 신변이 누구보다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헨더슨은 그리스에 있는 '멜리사 네트워크'와 손잡고 150여 명의 여성과 가족 800여 명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누르자이도 그중 1명이었다.

누르자이는 "조국에 남아있는 여성들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했다. 그는 "내 삶이 곧 투쟁이었다. 여자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야 한다. 아프간 여성들을 어둠 속에 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리스로 함께 떠나온 25명의 여성 의원들과 함께 '아프간 망명 의회'를 설립해 국제 기구와 각국 정부에 아프간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탈레반 치하에 남겨진 여성들에게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기고자 :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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