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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 200만명 돌파 '코로나 무정부 상태' 풍경

울산에 사는 한모(40)씨는 지난 12일 아내와 세 살 난 둘째 아들을 친정으로 떠나보냈다. 이날 일곱 살 큰아들이 확진 판정을 받아 재택치료를 하게 되면서다. 한씨는 "회사에서도 확진자가 늘어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출근하고 아이 돌봐주러 부산에 계신 어머니가 오셨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4)씨도 지난 13일 본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태어난 지 6개월 된 딸이 감염될까봐 서울 구로구의 부모님 댁에 들어가 산다. 부모님은 친척이 운영하는 모텔로 갔다. 그는 "아내가 딸을 데리고 와 베란다 창문 밖에서 멀리서 바라보며 전화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18일 기준 전국 재택치료자 수가 201만8366명으로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기면서, 전국의 각 가정마다 코로나발(發) 이산 가족이 속출하고 있다. 각 가정에서 확진자 혹은 확진되지 않은 사람이 추가 감염을 피하려 부모님 댁, 친척 집, 숙박업소 등으로 잇따라 '피난'을 가고 있어서다.

확진자가 나온 가정에선 추가 확진을 피하려 1주일에 자비(自費)로 수십만원을 써가며 가족들이 각종 숙박업소로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속출한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조모(24)씨는 지난달 말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짐을 싸서 명동의 한 호텔로 나왔다. 조씨는 "일주일간 50만원이 들었지만, 부모님 연세가 50대고 직장을 나가야 하는 누나도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일주일에 자가진단키트로 3~4차례씩 '셀프 검사'를 한다는 사람도 많다. 확진자가 쏟아지는데 환절기까지 겹쳐 미열이나 목이 간질간질한 증상이 나타나면 걱정이 된다는 사람이 잇따른다. 서울의 직장인 성모(30)씨는 지난주에만 다섯 번 검사를 했다. 처음 세 번은 식사를 같이 한 사람이 확진돼 혼자 자가진단키트를 썼고, 그 뒤부터 왠지 목이 아픈 것 같아서 병원에 가서 두 번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또 이런 사람들이 몰리면서 동네 병원 곳곳에선 진료 시간 전에 긴 줄이 늘어서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서울 양천구의 한 신속항원검사 지정 병원에는 진료 30분 전인 오전 8시 30분부터 약 20명이 줄을 서 있었다. 진료 시작 후 30분이 지났을 때는 대기자가 50명으로 늘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검사가 선착순인데 오전 10시 정도면 마감된다"고 했다. 이 주변 다른 병원도 상황이 비슷했다.

격리된 사람이 폭증하면서 일부 자영업자 가게나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곳도 나온다. 경기도 수원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43)씨는 16일부터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아르바이트생 8명이 돌아가면서 확진돼 점심 장사는 포기하는 단축 영업을 했는데 결국 자신까지 감염됐다는 것이다. 경북 군위군에선 최근 버스 기사 15명 중 11명(73%)이 확진되면서 운행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군위군 관계자는 "버스는 사실상 이곳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라며 "학생들 등교는 시켜야 해서 남은 버스를 등하교 시간에 맞춰 배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한번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을 찾는 '확진자 우대' 정책도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세종시에 맥줏집을 오픈한 A(26)씨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으며 코로나에 감염된 적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뽑았다. 그는 "전에 운영하던 가게에서 직원 13명이 전부 확진돼 혼자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새로 확진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김휘원 기자 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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