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우리 한국인의 특성 가운데 하나로 내피감각형 민족이라는 것을 들 수가 있다. 음식을 뜨겁게 하건 차게 하건 이를 먹음으로써 그 쾌감을 감지하는 유수한 민족인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한국말에 시원하다는 말이 있다. 차도 시원하고 뜨거워도 시원하다는 이 말은 분명히 이율배반적이다.

내피감각을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숙취후에 마시는 해장국은 이 세상의 가장 뜨거운 음식물이다. 한데도 그것을 위와 창자속에 유입시켜 놓고 느끼는 내피감각을 시원하다고 표현한다.

이 내피감각 민족의 내피감각적 음식 가운데 하나로 미역국을 들 수 있다. 홍합으로 골콤하게 맛을 낸 미역국에 밥좀말아서 들여 마시면 매끈매끈한 미역가닥이 부드럽게 내피를 자극하여 취기를 훑고 씻어내린다. 이 내피감각을 자극시키고자 미역국을 요구하고 이 요구에 응하여 경향각지의 여관이나 호텔의 아침국거리로 선호돼온 미역국이기도 하다.

한데 선거철 맞아 이 미역국이 밥상에서 증발,자취를 감춤으로써 달렸던 수요가 줄어 값이 폭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역국과 선거가 어떤 연관이 있길래 수난받는 것일까.

이 세상에서 미역을 상식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명나라 문헌인 본초강목 에 보면 신라미역,고려미역이 안팎 종기를 낫우는 약제로 쓰였을 뿐이다. 이미 삼국시대부터 우리조상들 미역을 먹었음을 이로써 알 수 있으며 고려시대에는 청산별곡 에까지 미역이 나온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다마자기(해조) 구조개랑 먹고/바다에 살어리랏다. "

아이를 낳으면 미역국 끓여 우선 삼신에게 바치고 그 미역국을 산모가 먹는데 적어도 세이레(21일간) 미역국을 먹게돼 있다. 이 아이낳고 먹는 미역을 해산미역이라 하여 값을 에누리하거나 외상을 해도 안되며 사들고 올때도 미역을 꺾어 들어서는 안된다는 금기가 붙어있다. 이 금기를 지키지 않으면 산모가 난산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 산모에게 미역국을 끓여 먹이는 과학적 이유로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 미역밭에 가서 미역을 뜯어먹는데 파혈의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함이며 이를 보고 산모가 미역국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술적 이유로는 미역은 매끄럽기에 순산을 유감시켜 산모가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순산처럼 쉬 미끄러져 떨어진다는 결과를 주술적으로 상징하는 미역국이 돼 버린 것이다. 과거 치르러 가는 서생이나 시험치르는 학생에게 미역국을 먹이지 않는 이유가 이에 있으며 선거철에 선거부대가 부산히 이동하는 여관이나 호텔이나 음식점들에서 미역국을 끓여냈다가는 장사는 커녕 거덜나게 돼있기에 미역국이 증발할 수 밖에 없었음직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