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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정부, 러시아 구단주 제재에 휘청… 선수들은 뭉쳐 챔스리그 8강행

"방금 이겨서 좋았던 기분을 망쳤네요. 근데 확실해요?"

영국 런던에 연고지를 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토마스 투헬(49·독일) 감독은 요즘 경기와 상관 없는 질문에 답하느라 바쁘다. 17일 릴(프랑스)과 벌인 2021-202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 2차전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1·2차전 합계 4대1로 앞서 8강에 오르고도 마찬가지였다. 챔피언스리그 8강전부터 첼시 관중이 홈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경기장에 있던 취재진이 관련 질문을 한 것이다. 투헬 감독은 "처음 듣는 얘기다. 알아보고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8강에 진출해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 첼시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시련을 겪고 있다. 아브라모비치가 지난 3일 첼시를 팔겠다고 밝혔지만, 영국 정부가 매각 차익이 아브라모비치에게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면서 절차가 일시 중단됐다. 스폰서들이 하나둘씩 후원을 중단하면서 첼시 선수들은 후원사 로고가 없는 '깨끗한' 유니폼을 입고 뛰게 생겼다. 첼시는 기존에 판매한 정기 시즌권을 제외한 새 입장권을 판매할 수 없고, 유니폼을 비롯한 상품도 팔 수 없다. 영국 정부는 첼시가 원정 경기를 갈 때 쓰는 비용도 2만파운드(약 3200만원) 안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보통 EPL 팀은 원정 때 4만~6만파운드 정도 돈을 쓴다고 하니 세계 정상급 선수들만 모인 첼시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그래도 투헬 감독과 첼시 선수들은 경기장 바깥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투헬 감독은 릴과의 챔피언스리그 프랑스 원정을 앞두고 "이미 결제가 돼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서도 "만약 기차나 버스로도 못 간다면 직접 7인승 밴을 운전하겠다"고 했다. 17일 릴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뛴 카이 하베르츠(23·독일)는 "경기장에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도 이동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내가 비행기 비용을 대겠다"고도 했다. 의지로 뭉친 팀은 단단했다. 첼시는 전반 38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추가 시간 크리스티안 풀리시치(24·미국)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고, 후반 26분 베테랑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33·스페인)가 왼쪽에서 빠르게 올라온 크로스에 오른쪽 무릎을 갖다대 역전골을 터뜨렸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의 매각 발표 이후에도 리그 포함 4연승 중이다. EPL 정규 시즌에선 3위에 올라 있다.

투헬 감독은 "우린 경쟁하는 사람들이고 각자 위치에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 첼시는 수십년간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강한 정신력으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며 "모두 뭉쳐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현지에선 "첼시가 정부를 설득해 원정 경비 상한을 높였다"며 "20일 미들즈브러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 원정에도 비행기를 타고 갈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 투헬 감독 말대로 구단 직원 모두가 발로 뛴 결과다.

이날 비야레알(스페인)이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원정 경기에서 3대0 완승을 거두며 1·2차전 합계 4대1로 앞서 8강에 올랐다. 유벤투스는 3시즌 연속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두 경기를 끝으로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이 모두 가려졌다. 첼시와 리버풀, 맨체스터시티(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비야레알(이상 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벤피카(포르투갈)가 '빅 이어(Big Ear·챔피언스리그 우승컵 별칭)'를 노린다. 8강 대진 추첨은 18일 오후 8시 스위스 니옹 UEFA 본부에서 열린다.

[그래픽]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 기고자 :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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