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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MBC)를 듣다 보면 의외로 손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이 일상화되기 이전이라면 그럴 만도 하지만, 지금은 모두 이메일을 쓰는 세상이다. 방송사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용을 적고 보내기 버튼만 눌러도 사연을 보낼 수 있다. 거리에서 우체통도 찾아보기 어렵고, 편지를 보내려면 우체국까지 직접 나가야 하는 시대인데 손 편지라니, 왜 그런 '불편함'을 선택했을까.

손 편지 애호가들에겐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불편한 것 아니었을까. 우선, 홈페이지에 글을 쓰려면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이 문턱을 넘지 않고는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용 약관에 동의하고 회원 아이디를 만든 후 비밀번호를 설정한다. 비밀번호 설정도 요즘은 영문 대소문자와 숫자, 특수 문자 등을 조합해 8~20자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휴대폰 인증까지 끝내야 겨우 회원이 된다. 회원이 되어 방송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해당 프로그램 코너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 온 시골 쥐 심정이 이랬을까. 휘황찬란해 보이지만 어디가 어딘지 사방 분간이 안 되니 답답함에 주눅이 든다. 돌고 돌아 간신히 사연 올리는 곳까지 찾아오면 기진맥진, 진땀이 난다.

숨 한번 돌리고 본격적으로 사연을 입력한다.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으니 자음과 모음이 자주 틀리고, 글쓰기가 능숙하지 않으니 사연은 제자리를 맴돈다. 뭐 하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어찌어찌 쓰고 지우길 반복하다 보면 다 되었다 싶어 '등록하기'를 누르는데, 누구나 한두 번쯤 겪는 일이지만, 여태껏 쓴 사연이 홀연히 사라진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도 없고 알아낼 재간도 없다. 순간 세상에서 내동댕이쳐진 기분에 눈물이 찔끔 난다. 얼마 전 필자의 이모가 겪은 실화다.

컴퓨터가 뭐라고 사연 하나 보내는 게 이리 힘들까, 그저 남들처럼 내 이야기를 전해보고 싶었을 뿐인데 난 이제 무용지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손 편지를 받아준다니 얼마나 기뻤을까. 세상의 변화가 버거운 사람들에게 자신이 익숙한 방법으로도 세상과 함께할 수 있음을, 누구도 세상에서 자신을 밀어내고 있지 않음을 확인시켜주는 손 편지…. 좀 미숙해도 외면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손 편지에는 들어 있다고 믿는다. 기고자 :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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