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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을 뒤집은 16일 대법원 판결은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해석차이를 드러낸 것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법률의 마지막 해석권한을 놓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 다툼이 재연된 것이다.

이같은 양대 최고 재판기관의 대립은 6공 당시 대법원 외에 헌법재판소라는 또 하나의 최고재판소를 만들 때부터 잠복해 있었던 것이다. 헌재는 법률의 위헌여부、 법원은 명령-규칙 등 하위법률의 위헌심사권으로 권한을 나눴지만 심리과정에서 법률과 시행령등 하위법령까지 판단해야하기 때문에 권한의 분계선을 둘러싸고 논란이 돼왔다.

가장 먼저 다툼이 표면화된 것은 90년10월15일 헌재가 대법원규칙인 법무사법 시행규칙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 당시 헌재는 법무사 시험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관장하도록 한 규칙이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명령과 규칙에 대한 심사권은 법원에 있는데도 헌재가 결정한 것은 「월권」이라며 반발했다. 당시 논쟁은 학계에까지 번졌으나 결론을 맺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논쟁이 다시 촉발된 것이다. 대법원은 이날 모든 국가기관이 따라야 한다고 헌법에 규정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뒤엎고 헌재 결정이라도 「부당한」 결정은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새로운 판례를 만들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법률 조항의 무효를 선언하는 위헌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이 따라야 하지만 한정위헌 결정은 다르다』며 『법률의 의미와 적용의 기준을 정하는 법률 해석권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있다』고 선언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 92년 구 정기간행물법、 94년 구 대통령선거법 등 12건의 결정은 모두 따라왔으나 이번 사건은 따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무척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재판관을 비롯한 헌재관계자들은 『대법원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나올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오해를 한 것같다』고 말했다. 위헌결정의 혼란을 우려、 법을 고치지 않는 테두리에서 일정 범위만 위헌이라고 한 결정인데、 헌재가 해석지침을 「시달」한 것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공식적으로 법원이 헌재결정을 「무시」하면 헌법재판이 크게 위협을 받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헌재의 이같은 반응은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대법원이 헌재결정을 무시한다면 법원의 재판도 헌법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헌재는 4년째 심리를 미뤄온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오는 25일 공개변론에 부쳐놓고 있는 상태다. 공개변론은 헌재가 본격심리에 이미 착수했다는 것으로 실제 헌재는 헌법연구관들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집중검토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까지 다룰 경우 대법원의 확정판결후 다시 헌재에서 심사를 하는 사실상 4심제가 될 뿐 아니라 헌재 결정이후 다시 대법원이 뒤집는 악순환이 예고되고 있다. 헌재와 대법원의 관계자들까지 이렇게 되면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고재판소가 2곳인 기형적인 상황에서 언젠가 터질 일이 터졌다』면서 『한 쪽이 없어지지 않는한 결국 입법으로 양쪽의 권한을 명확히 나눠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김홍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