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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곳간 비는데 與野 선심성 공약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대규모 재정이 드는 포퓰리즘 퍼주기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수백·수십조원이 드는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추가 재원은 거의 들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퍼주기 공약 경쟁은 여야 공약의 동조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세금이 꿀단지냐"고 비판하고,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조차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더니"라고 할 정도다.

◇'원조 논쟁'까지 벌어지는 닮은꼴 공약

이 후보는 16일 강릉을 방문해 "윤 후보가 내가 말한 정책 잘 발표하던데"라고 했다. 지난 13일엔 유튜브 영상에서 "윤석열 후보님, 우리 오랜만에 통한 것 같습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최근 공약한 '병사 봉급 200만원' '전기차 보조금 대상 확대' 등이 원래 자신의 공약이란 것이다. 반대로 이 후보는 지난 13일 노후 아파트들이 밀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을 찾아 "용적률을 500%까지 높일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윤 후보가 지난해 내놓은 '역세권 첫 집' 공약과 유사하다. 최근 정부가 밝힌 14조원 규모의 코로나 지원 추경을 놓고도 윤 후보는 "50조보다 더 투입해야 한다"고 했고, 이 후보는 "당장 협상하자"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이날 24조원을 투입해 수도권 도심 철도와 경부선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신분당선은 서울 서북부 지역까지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약 5조원의 정부 재정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주변 개발 이익 등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도 지난해 10월부터 수차례 서울 지하철 1호선과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공약했다. 이 후보는 당시 "지하화를 통해 지상엔 택지와 상업시설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양측의 공약이 거의 같은 것이다.

◇수백조원 공약 남발

'일단 지르고 보자'식 퍼주기 대표 공약이 바로 주택 공약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집값을 잡겠다며 나란히 250만호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 중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지어 일반에 공급한다는 입장이다. 한 채에 평균 3억원 정도 건설비가 드는 것을 감안하면 약 30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주택도시기금과 금융기법을 이용해 재원을 조달할 것"이라며 세금이 추가로 안 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자신의 기본소득 공약과 관련해 "연간 25만원 1회를 지원하면 13조원으로 한 해 예산 600조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약하는 아동청소년·청년·장년 기본소득에도 10조원 정도가 더 든다고 밝혔다.

윤 후보도 250만채를 임기 중 공급하겠다며 그중 30만채는 '청년 원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 또한 약 9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러나 윤 후보 측은 "청년 원가주택은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주택이고, 건설 과정에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으로 건설 원가를 회수하는 것으로 재원 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아파트를 '원가 수준'으로 지을 건설사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서울이나 수도권에 분양될 아파트를 청년이 살 경제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란 평가다. 윤 후보는 최근 출산 후 1년간 매달 100만원씩 120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또한 정부 예산 약 3조원이 들 전망이다.

◇토건 세력 비판하더니…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지방을 방문해선 가덕도 등 신공항을 공언하고, 수도권에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신설을 잇따라 공약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인천을 방문해 영종도에 항공산업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GTX B노선의 조기 추진 등을 공약했다. 반면 윤 후보는 지난 10일 기존 3개 GTX 라인 이외에 3개 노선을 더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5일 부산을 방문해선 "화끈하게 가덕도 신공항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겠다"며 부산·울산·경남을 잇는 광역급행철도(GTX)를 건설하겠다고도 했다. 여기에 두 후보는 충청·강원 등에 대규모 철도 건설 등 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두 후보의 말대로라면 5년 내내 전 국토가 공사판이 될 것"이라며 "토건 세력이라고 비판하던 사람들 맞느냐"고 했다.

[그래픽] 점점 비슷해지는 이재명·윤석열 공약 기고자 : 조의준 기자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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