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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분위기가 달라졌다." 13대때 황색 태풍이 불었던 호남지역의 14대 총선 합동연설회장 어디서나 들려오는 목소리이다. 광주에서도,전남 장흥에서도,전북 군산에서도 .

14일 오후 광주 염주국교에서 열린 서을 선거구의 첫 합동연설회. 교정을 가득 메운 2천여명의 유권자들은 각 당 4후보의 연설이 끝날때까지 거의 자리를 뜰줄 몰랐다.

민주당 등 야권후보가 지난 4년간 자신의 업적을 밝히고 6공 정권의 실정을 신랄히 비판할 때 "시원하다"며 박수를 쳤다. 또 민자후보가 나서 인물론을 내세우며 야당보다 자신이 지역개발의 적임자라고 외칠때도 "잘해보라"며 갈채를 보냈다.

특정 정당에 대한 적대적인 표시도,지지후보의 발언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구태도,연설내용에 대한 단 1건의 야유도 눈에 띄지 않았다.

같은 시각,광주의 정치 1번지인 동구 유세장.

극히 일부 극렬운동원들이 공천문제와 관련,김대중 민주당대표를 직격 비판하는 모 후보에게 야유를 보내긴 했지만 대다수 청중들은 진지한 자세로 끝까지 경청했다.

연설회전 "남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특정후보에게 계란을 투척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으나,소수의 대학생들이 여당후보의 연설때 뒤로 돌아앉아 청취거부 자세를 나타냈을 뿐이다.

각 후보의 운동원들이 유세장에 들어서는 유권자들에게 홍보물을 앞다투어 나눠주자,유권자들은 여야 가릴것없이 일일이 받아드는 정상적 모습을 보였으며,13일 장흥에서는 관산국교에서 유세가 끝난 뒤 여당의 후보를 비롯,4명의 후보가 동시에 운동원 부대를 이끌고 거리를 행진하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불과 4년전인 13대때는 상상도 할수없었던 분위기였다. 유권자들 스스로도 놀라고 있는 느낌이다.

한 광주시민은 "당시에는 특정당의 경우,유인물 배포나 정상적인 연설은 물론,모든 선거운동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였다"며 "달라져도 엄청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물론 선거분위기가 13대때와 달라졌다고 해서 이를 표와 연결시키거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성급한 태도이다. 아직 선거기간이 남아 잠복변수가 많은데다,특히 16~20일 전개될 김대중 민주당대표의 지원유세가 남아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속 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단 하나,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이같은 페어플레이 분위기가 이 지역 유권자들의 성숙한 선거의식의 발로 라는 것이다. <정웅기 호남취재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