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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애인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42·창성건설)은 13일 막을 내린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대회 기간 거의 매일 경기에 나섰다. 5일부터 12일까지 여드레 동안 이틀만 쉬었고, 6종목을 합쳐 57.5km 넘게 스키를 탔다. 16년 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뒤 좌절하고 은둔했다가 스포츠로 삶의 의미를 되찾은 그는 마흔 넘은 나이에 두 팔을 비롯한 상체 근육만으로 해발 고도 1600m 설원을 누비며 '철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믹스트존에서 매번 환히 웃는 얼굴로 취재진과 선수단 관계자를 맞아주던 그가 마지막 경기가 끝난 12일엔 표정이 다소 굳어 있었다. '노 메달'에 그쳤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2018년 평창에서 한국의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는 영광은 4년 뒤 그에게 크나큰 부담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왔다. 두 대회 연속으로 전 종목 완주를 달성했다는 자부심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대회를 마친 소회를 털어놓으며 차차 표정이 풀렸다. "스포츠란 게 결국 저 자신을 이겨야 하는 거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며 마음을 다잡은 그는 "오늘 마지막 구간에서 너무 힘들었지만, 철인이라는 별명을 떠올리며 힘을 내 완주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시상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안방에서 열렸던 평창 대회에서 금 1, 동 2개로 동계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가 곧바로 미끄러졌다. 선수단은 대회 내내 메달을 기다리며 전전긍긍했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던 선수들이 무탈하게 대회를 마쳐 다행이지만, 그래도 메달 없이 귀국하려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번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은 선수들이 4년간 흘린 피와 땀에 비하면 너무나 적었다. 대선이 끝나고 산불이 잦아든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메달 가능성이 낮은 종목은 물론이고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홈팀 중국과 벌인 동메달 결정전조차 한국에서 생중계되지 않았다. '팀 코리아'는 한층 더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했다.

한국 장애인체육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당장 성적표가 초라하다고 해서 결코 고개 숙이거나 "죄송하다"고 말하진 않았으면 한다. 패럴림픽뿐 아니라 모든 국제대회에서 메달 개수와 색깔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는 데에 국민들은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다. 훈련장 구하기도 어려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년간 묵묵히 땀 흘린 패럴림픽 선수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올림픽에선 영웅이 탄생하고, 패럴림픽에는 영웅이 출전한다'(영화 '불사조, 비상하다')는 말이 보여주듯 패럴림픽은 출전 자체가 이미 금메달이며 올림픽 3관왕 못지않은 인생 3관왕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모두가 승리자다. 자신과 싸움에서 이긴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기고자 : 김상윤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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