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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최준용·안영준… 남자농구 리그 정상 예약

남자 프로농구 서울 SK는 지난 정규 시즌을 10팀 중 8위로 마무리했다. 기대 이하 성적에 10년 동안 팀을 이끈 문경은 감독이 물러나면서 코치로 지내던 전희철이 사령탑에 올랐다. 이를 제외하고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그래서 올 시즌 SK의 약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없었는데, 시즌 막판에 다다른 현재 SK(37승11패)는 단독 1위. 2위 수원 KT(30승15패)에 5.5경기 차로 크게 앞서 있다.

15일 SK는 고양 오리온에 63대71로 졌고, KT는 서울 삼성을 99대80으로 꺾으며 격차를 줄였다. 하지만 KT는 정규 시즌을 9경기, SK는 6경기만을 남겨 놓고 있어 사실상 SK의 리그 우승은 거의 확정적이다.

◇막내들이 주축으로

SK의 마지막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2017-2018시즌이다. 당시 주축이던 김민수(40)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했다. 김선형(34)은 올 시즌 주전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뽐내지만 예전같이 폭발적인 모습은 보이지 못한다. 지난 5일엔 손가락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해 있다. 올 시즌 선봉에 나서 팀을 정상으로 이끈 건 우승 당시 막내급이었던 연세대 1년 선후배 최준용(28)과 안영준(27)이다.

최준용은 지난 시즌 14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2020년 12월 본인이 진행하던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에서 동료 선수의 나체 사진을 노출하면서 리그와 구단 징계를 받았고, 그 뒤 팀 훈련에서 무릎 십자인대를 다치면서 시즌을 접었다. 구설에 오른 데다 치명적인 부상까지 겪었던 최준용은 올 시즌 명예 회복을 위해 칼을 갈았다고 한다. SK 관계자는 "원래 승부욕이 강한 선수"라며 "올 시즌엔 감정까지 잘 조절하며 농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최준용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지난 시즌 8.1점에서 16.1점으로 8점이 올랐다. 3점슛 성공률도 16.4%에서 34.7%로 2배 이상 뛰면서 정규 시즌 MVP(최우수선수)까지 넘본다. 최준용은 이달 초 본인의 활약에 대해 "SK의 농구는 혼자가 아니라 모두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영준은 2017-2018시즌 허훈(KT)을 제치고 신인상을 품에 안았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던 중 올 시즌 전희철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포지션 구분을 하지 않는 공격 전술을 구사하는데, 그 적임자가 안영준이었다. 안영준은 키(194cm) 대비 긴 팔길이(202cm)로 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팀의 살림꾼 역할을 맡아 정규 시즌 1위를 견인했고, 이달 초 중순엔 4경기 연속 20점을 올릴 만큼 득점력도 향상됐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지난 시즌까지는 좋은 슛 감을 이어가지 못했는데, 올 시즌엔 계속 이어가려고 손끝 집중력을 살리고 있다"고 했다.

◇새 사령탑 전희철 "할 땐 하자"

전희철 감독은 올 시즌 부임하자마자 '할 땐 하자'를 모토로 내세웠다. 전 감독은 "수평적인 팀 분위기 덕에 지난 시즌에는 선수들이 훈련 때마저 조금 풀어지는 모습이었다"며 "선수들에게 훈련 때는 집중해서 하고, 그 외 시간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분위기가 달라지니 선수들의 기량이 저절로 끌어져 나왔다"고 했다. "1월 초반 연이은 역전승을 해낸 게 선수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SK는 정규 시즌 우승을 넘어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꿈꾼다. 전희철 감독은 "선수들이 제가 가진 능력보다 더 잘해주고 있다"며 "끝까지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뛰어서 좋은 결과 내보겠다"고 했다.

[그래픽] 괄목상대한 SK의 젊은 피들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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