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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라는 말을 들었다. 정확하게는 '늙은 힙스터'다. 힙스터(Hipster)는 주류를 거부하고 비주류 문화를 좇는 젊은이들을 칭하는 단어다. 이 단어는 처음에는 그리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었다. 힙하다는 말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힙스터는 애초의 힙한 태도를 잃었다. 힙스터가 좇던 비주류 문화는 주류가 됐다. 힙스터에서 주류에 대한 저항의 의미는 사라진 것이다. 대신 힙스터들은 소비하는 것으로 자신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먹는 것, 타는 것, 입는 것이 힙스터를 규정한다.

내가 입는 것으로 힙스터, 아니 늙은 힙스터라 불린다면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할 것이다. 오랫동안 생업에 종사하며 생산적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소비로만 정의하는 힙스터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반론하고 싶지만 그거야 내 생각일 따름이다. 사십 대 중반에도 여전히 소셜미디어에 착장 사진을 올리곤 한다. 아는 동생이 댓글을 달았다. "아따 우리 형 힙하네."

댓글을 보자마자 약간의 수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 옷차림은 여전히 이십 대와 삼십 대 중간 즈음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시절 나는 어른의 옷차림이라는 게 있다고 믿었다. 잘 재단된 슈트와 커프스 링크의 세계가 열릴 거라 생각했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주변 친구들의 옷차림을 돌아봤다.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친구 중 하나는 요즘 십 대들에게 지나치게 유행하는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를 구입했다. 그러고는 지나치게 '젊은'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것처럼 보일까 근심했다.

옷차림이 어려지는 것은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탓에 그만큼 젊음도 유예되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세대가 유독 일종의 집단적 '피터팬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혹은, 더는 전(前) 세대를 롤모델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시대가 시작됐다는 의미일까. 어쨌든 나는 "힙하다"는 말과 늙은 힙스터라는 말을 수치스러워하면서도 몰래 기뻐했다. 아직까지는 후드티와 한정판 스니커즈를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기고자 : 김도훈 문화 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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