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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처럼 그린 극사실주의 그림인가, 포토샵으로 조작한 사진인가. 어디까지가 진짜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가짜 하늘인가. 당신 눈을 시험한다.

이미지 중앙, 열어 젖힌 건물 모양 커튼 속 풍경을 보시라. 그림 애호가라면 딱 알아볼 작품.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대표작 '빛의 제국' 연작 중 하나다. 얼마 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마그리트 작품 중 가장 비싼 값(약 7980만달러·957억원)에 팔렸다는 그림과 같은 시리즈. 김영하의 동명 소설 '빛의 제국' 표지에 실린 딱 그 그림이다.

사진작가 한성필의 작품 '마그리트의 빛(176 x 236㎝·사진)'이다. 지난 12일까지 피카소의 고향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한국 현대 작가전 'Why not Korea?'에 출품돼 현지의 주목을 끈 작품.한성필은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공사장 가림막을 촬영한 '파사드'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그에게 눈속임 가림막은 "실재와 가상, 원본과 복제라는 사진 본질을 절묘하게 드러내는 소재"다.

이 작품은 2008년 벨기에 브뤼셀 왕립미술관이 일부를 '마그리트 미술관'으로 변경하면서 건물 외벽에 설치한 가림막을 촬영한 사진이다. 커튼 뒤 그림은 미술관이 소장한 '빛의 제국' 연작 중 '빛의 영토(The Dominion of Light ·1954)'. 연작 중에서도 주요작으로 꼽힌다. 원화 이미지를 확대·복제해 천에 프린트한 가림막을 다시 사진 찍었다. 복제의 복제가 이뤄졌다. 무엇이 진정한 오리지널인가. '복붙(복사해 붙이기)'의 세상을 향해 이 한 장의 사진이 묻는다. 기고자 : 김미리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80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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