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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합동유세가 일제히 열린 14일,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후보들은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층과 젊은 여성들을 운동원으로 대거 동원, 바람잡이 로 내세워 유세장의 열기를 돋우었다.

그러나 14대 총선에서는 이렇다 할 정치적 쟁점이 부각되지 않은 탓인지 서울의 각 유세장마다 동원청중들이 태반이었고,일반 유권자들은 차분하고 다소 냉담하기까지 한 반응을 보였다. 각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말의 성찬을 늘어 놓았으나 운동원들이 상대후보에게 야유를 보내고 자기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유세장을 빠져나가는 구태는 여전했다.

서울 도봉을구 합동유세가 열린 삼양국교에는 4천여 인파중 일반 유권자로 보이는 청중은 3백~4백명에 불과했다. 특히 전빈련 간부출신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서총련소속 대학생 2천5백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마치 교내 집회를 방불케했다. 이에 민자당과 민주당측도 1천여 운동원들을 앞세워 후보 이름을 연호하면서 맞섰고,이런 북새통에 뒤늦게 온 시민들은 주변으로 밀려나기까지 했다.

이날 운동권 대학생들은 전국연합 등이 지원키로 한 성동갑,강동갑,노원을,성북을,동작갑,구로을 등 운동권출신 후보들이 출마한 유세장에 50~3백여명씩 몰려가 운동권 가요를 부르며 세 를 과시했다. 경찰은 이들 선거구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병력을 배치했다.

서초구 잠원동 경원중학교에서 있은 서초갑 연설회는 운동권 출신의 후보가 없음에도 대학생들의 연호가 유세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각 후보들은 대학생 2백여명을 동원,학교 교문 주변과 골목길 양옆,연설회장 앞자리 등에 배치했고,선관위측은 지지후보가 등단할 때마다 함성을 제지하기에 바빴다.

이 때문에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온 주부들이나 노인들은 동원청중들에게 주인 자리를 내주고,운동장 주변을 서성거려야 했다. 학교 주변의 상가 공중전화에서는 대학생 연락책들이 다른지역 유세장의 연설순서를 확인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대학생들은 여러지역의 후보를 위해 겹치기 로 동원된 듯한 인상을 주었다.

강남갑구 합동연설회에서도 민자당측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대생 20여명을,민주당측은 연두색 모자를 쓴 대학생 차림의 운동원 30여명을 동원했다.

여-야 운동원들은 유인물 배포를 위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모싸움을 벌이다가 20분씩 자리를 바꾸기로 서로 협약하기도 했다. 연설회가 끝난뒤 청년운동원 5백여명은 행사장밖 1㎞까지 지지후보를 따라 행진하며 이름을 연호,대학총학생회장 선거를 연상케 했다.

이날 용산구를 비롯,영등포을,강동갑,노원을구 등에서는 한복을 입은 30~1백여 여성 운동원이 유인물을 나눠줬다. 구로병 유세장에서는 구로공단 여성근로자 2백여명이 몰려와 서노협 구로지구 임금투쟁위원장인 무소속의 여성후보를 위해 종이 폭죽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또 관악을구에서는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선거공약이나 구호를 적고 같은 색으로 통일한 복장으로 청중들의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동대문을구 유세장에 갔었다는 김세중씨(29)는 "후보들이 과거 13대 총선과 지방의회 선거때의 쟁점을 되짚어 유세가 정견발표장이라기 보다 자기들끼리 세를 과시하는 자리로 전락한 감마저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