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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14일 핵통제공동위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형식상으로는 일단 핵문제를 논의,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창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본질 문제인 핵사찰에 대한 아무런 실질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시한에 쫓겨 급조 돼 대북 핵사찰 조기실시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양측은 이날 핵심 쟁점 조항이었던 사찰규정 및 시기(제4조)와 시범사찰(제6조) 부분을 빼고 위원회 구성-운영,기능,효력발생 등의 사항만으로 합의서를 작성 가서명했다. 대신 남북양측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공동위 제1차 회의후 2개월 정도의 기간안에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는데 필요한 문건을 채택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문건채택이후 20일 안으로 사찰을 시작하기로 양해하였다 고 밝혔다.

이는 사찰시기 명시를 요구한 남측 입장과 공동위발족후 사찰문제 협의를 내세운 북측 태도와 타협한 결과이다.

우리측은 그동안 일곱차례의 핵대표 접촉에서 공동위 첫 회의개최후 1개월 이내에 사찰규정 마련 사찰규정 채택후 20일 이내에 상호사찰 실시 합의서 발효후 1개월안에 시범사찰실시 등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비핵화 공동선언은 물론 남북 합의서의 실천여부가 북의 핵사찰 수용에 직결돼 있는만큼 공동위 합의문안에 사찰시기를 못박아 조기사찰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에서였다. 아울러 전세계적 압력에 따른 국제사찰전에 당사자 해결원칙 에 입각한 한반도 핵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유도하는 포석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북 핵사찰을 남북 관계진전의 필요조건이라고 규정,경협을 비롯한 남북교류의 지렛대로 삼는 등 총력을 기울인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사찰 규정 확정시한 명시와 시범사찰을 강력히 거부,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북측은 비핵화선언 이행을 위한 별도합의서 채택후 사찰실시 공동위 기능에 기존 비핵지대화론 과 같은 맥락의 국제적 보장 등을 포함시킬 것 등을 제기,오히려 비핵화선언 자체를 회귀 시키려는 시각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쌍방 모두 비핵화 선언이 규정한 공동위 발족시한(18일)을 부담으로 안을 수밖에 없어 걸림돌을 우회,일단 합의서를 산출하고 사찰관련 부분은 공동 발표문에서 뭉뚱그려 소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문안은 완전한 합의가 아닌 양해 로 표현되어 있을 뿐더러 공동노력 등 애매한 구절이 많아 지금까지 시간끌기로 일관해 온 행태로 볼때 충실한 이행을 기대키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또한 여기의 비핵화 검증문건 및 합의서 제2조 기능조항의 비핵화 선언에 따른 부속 문건들 을 북측이 기존 주장과의 연결고리로 이용,앞으로 공동위에서도 명확한 사찰일정을 합의치 못하고 설전만 되풀이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따라서 "2개월정도 안에 사찰규정을 채택한 뒤 20일안에 상호사찰을 실시키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우리측 대표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타결 아닌 현상 유지하의 핵협상 제2라운드 개시 신호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이다. <설완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