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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폭격

실화가 바탕인 덴마크 영화. 2차 대전 막바지, 나치는 미쳐 날뛰고 있었다. 게슈타포와 그들에게 협력하는 현지인 비밀경찰 '검은 제복'들은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붙잡아 고문한다. 연합군은 게슈타포 본부가 있는 코펜하겐의 건물을 폭격하려 하고, 나치는 건물 지붕 아래 레지스탕스 대원 30여 명을 인간 방패로 감금한다. 폭격의 날, 혼란스러운 전투의 와중에 폭탄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전쟁, 생존을 위한 반역과 배신의 와중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길거리에선 비밀경찰이 레지스탕스를 서슴없이 쏴죽이지만, 가족들은 모여 아픔을 삭이며 음식을 나누고 함께 웃는다.

아군 오인 사격에 죽어간 사람들을 본 뒤 실어증에 걸린 소년은 파란 하늘을 보면 공포에 질려 걷지 못한다. 비밀경찰이 유대인을 무자비하게 폭행할 때 수녀들은 아이들의 눈을 가린다. 어린 수녀는 제 등을 채찍질하며 '우리가 고통당할 때 당신은 어디에 있느냐'고 신에게 묻는다. 성당 십자가 위 예수상 옆구리의 창에 찔린 상처에서 붉은 피가 흐른다.

광기와 불안 속에서 끊임없이 회의하면서도 인간은 계속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까. 영화는 참혹한 야만과 희생적 인간애가 엇갈리는 전쟁의 부조리와 고통을 서늘한 무채색 톤의 화면에 기록하듯 펼쳐 보인다. 폭발의 먼지와 재를 뒤집어쓴 아이들의 눈동자에 폭격기의 그림자가 지나갈 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 그러나 이 미친 세상에서도, 여전히 삶은 계속된다.

클래식 - 이혁 피아노 독주회

지난해 쇼팽 콩쿠르 결선 진출자였던 피아니스트 이혁(22·사진)이 16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전반부에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과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등 러시아 작품들을 들려주고, 후반에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 등을 연주한다. 이혁은 2012년 모스크바 쇼팽 청소년 콩쿠르와 2016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의 차이콥스키 음악원에 재학 중이며 파리 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화 - 고양이들의 아파트

2001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연출한 정재은 감독이 이번엔 고양이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지금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는 한때 '고양이들의 천국'으로 불렸다. 사람들이 다가가거나 쓰다듬어도 놀라거나 도망가기는커녕, 반가운 듯 종아리에 머리를 비비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 주민들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덕분이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고양이 250여 마리의 보금자리도 걱정거리가 된다. 인간과 동물을 아우르는 섬세하고 따스한 시선이 돋보인다.

연극 - 빨간 피터와 죠커

배우 장두이의 모노 드라마(1인극). 아프리카에서 생포돼 인간 세상으로 온 원숭이 '빨간 피터'는 철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인간을 흉내 내며 언어와 춤, 노래와 연기까지 배우고 서커스단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빨간 피터가 강연회에서 삶을 돌아보며 숨겨진 진실을 고백하는 이야기다. 카프카의 원작 소설을 인간 백태를 다룬 풍자 희극으로 각색했다. 배우 인생 50년을 넘긴 장두이의 1인 다역 변신술이 볼거리다. 16일부터 대학로 드림시어터.

뮤지컬 - 프리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사고 이후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삶의 환희를 잃지 않았던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풀어낸다. 말년에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출연한 프리다가 어린 시절부터 겪은 사건과 사람, 인생을 노래한다. 장면을 전환할 때는 LED 패널에 담긴 프리다의 작품이 허공에 걸리며 이야기와 조응한다. 최정원·김소향이 프리다를 번갈아 연기한다. 추정화 작·연출로 5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