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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대체육 놓고 축산단체협회 항의, 공식 용어는 없어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의 한 이마트 매장. 냉동 삼겹살, 냉동 닭가슴살을 파는 냉동고에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 제품이 함께 진열돼 있었다. 냉동고 한쪽엔 '100% 식물성 고기'라고 적힌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이마트는 작년 12월 수도권 20곳에서 대체육 판매를 시작하면서, 축산 코너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육류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

축산업계는 이런 판매 방식에 발끈했다. 전국한우협회 등 26단체가 모인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작년 12월 "식물성 식품을 축산 매대에서 파는 것은 소비자 인식 왜곡"이라며 축산 매대에서 제품을 빼라는 공문을 이마트에 보낸 데 이어, 정부를 향해 식물성 대체 식품에 '고기' 또는 '육(肉)' 자 사용을 금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대체육은 두부나 가공식품 매대에서 파는 게 옳다"고 말했다.

한우 농가 단체인 한우자조금 관리위원회도 지난 8일 "대체육은 영양소가 달라 진짜 육류를 대체할 수 없다"며 "대체육이 고기와는 다른 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제도적 정의를 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콩·버섯 같은 식물성 재료로 고기 맛과 질감을 구현한 대체육 시장이 커지면서 '용어 전쟁'이 불붙고 있다. 축산업계는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대체육' 용어 사용과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달라"는 성명을 잇달아 내고 있다. 해외에선 4~5년 전 불거지기 시작한 대체육 갈등이 국내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친환경과 건강, 동물권 같은 이슈가 부각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은 2016년 25억2960만달러(약 3조1200억원)에서 작년 55억8770만달러(약 6조9000억원)로 배 이상 커졌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 제품은 '식물성 대체육'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체 단백질 같은 단어를 쓸 수도 있지만 대체육이란 용어가 소비자에게 제품 속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축산업계는 "고기가 아닌 것을 고기처럼 파는 건 소비자를 오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대체육이란 단어가 아닌 정확한 용어와 규정을 마련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체 식품 관련 용어와 규정 정비에 나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종전 규정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새로운 식품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며 "무엇을 고기로 볼 수 있는지, 대체육이란 표기가 적절한지, 안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여러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육 용어나 규정을 둘러싼 논쟁은 해외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미국 텍사스주는 지난해 5월 고기의 정의를 '소, 돼지, 닭 또는 기타 가축에서 파생된 육류'로 한정하는 식품법을 통과시켰다. 반대로 유럽의회에선 재작년 '채식 버거' '채식 소시지'처럼 채식 제품에 고기 관련 용어를 쓰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가 부결되기도 했다. 영국 대체육 업체 미트리스팜은 '식물성 식단이 정신·육체 건강을 개선하고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는 광고를 만들었다가 축산 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