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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정지출 우선 순위는 일자리 돼야＂

"2022년은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저 반길 일만은 아닙니다. 한국은 급격한 고령화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우선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건전하게 유지해 가야 합니다."

마티아스 코르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8일 본지 인터뷰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과 함께 한국에 대한 고언(苦言)도 내놨다. 그는 "공급망 위기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수요·공급 불균형과 노동시장 경색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세계 경제가 예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세계 각국 정부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 전환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탄소 가격제(carbon pricing) 실시와 같은 더 큰 합의를 이뤄내는 등 공통 규범과 목표 아래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전 세계를 이끌어가는 '선진국 리그(모임)'인 OECD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셈이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국과 함께하는 OECD의 역할도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끝내려면 모두가 백신 맞아야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세계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회복세가 강하고 빠른 편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복의 양상이 세계적으로 불균형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떤 곳은 빠르고, 어떤 곳은 느리다. 코로나 바이러스 새 변이인 오미크론 사태처럼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코로나 사태를 끝내려면, 하루빨리 전 세계 모두가 백신을 맞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장은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대부분의 서구 국가에서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더 강한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로 인해) 다양한 영역에서 공급망 위기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공장이 문을 닫고, 물류가 지체되는 데다, 인력 수급도 제대로 안 된다. 에너지 수요·공급 불일치 같은 문제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그렇다면 회복을 예단하기 너무 이른 것 아닌가.

"코로나 위기가 해소되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널뛰던 수요가 안정을 찾고, 사람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면 세계 경제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 올해부터 이러한 변화가 본격화할 것이다. 내년까지는 공급망과 인플레이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각국이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한 정책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유연한 정책적 뒷받침'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정부 정책이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진짜 필요한 곳에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산업이나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 같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건전하고 강한 시장 경쟁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숫자만 채우는 일자리가 아닌) 제대로 된 진짜 일자리가 생겨나고, 삶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어떻게 해 나가야 하나.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선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는데.

"2050년 탄소 순배출량 '제로(0)'를 목표로 각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계속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각국에 공정하게 적용할 탄소 배출 관련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탄소 배출 규제를 받는 산업을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이전해 계속 탄소를 배출하는 식이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탄소 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 OECD가 탄소 가격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국가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공공부채수준 낮은건 인상적

―OECD가 보는 한국의 위상은.

"한국은 훌륭한 롤 모델이다. 좋은 정책과 민주주의, 법에 의한 지배, 인권, 그리고 시장 원리에 바탕을 둔 국가 경제가 규범에 기반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사회 구성원에 대한) 더 많은 기회, 경제 번영, 높은 삶의 질 같은 것들 말이다. (다른 OECD 회원국보다) 공공부채 수준이 낮은 것도 인상적이다."

―한국이 극복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급격한 고령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해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건전하게 구성하고 유지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정부 정책의 초점도 미래 발전 경로를 내다보고, 이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예컨대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더 친환경적인 경제와 기회 균등의 확산을 위해 꼭 필요하다."

―OECD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세계 경제 회복세가 더 골고루,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더 과감하고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해 이끌어나가야 한다. 공정한 디지털 경제를 위해 지난해 합의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도 시급하다. 코로나 상황이 풀려가고,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회원국과 국제사회가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OECD의 역할이다."

☞코르만 OECD 총장은

벨기에 출신으로 호주로 이민, 2013년부터 8년간 호주 재무장관을 지내고 OECD 사무총장까지 된 입지전적 이력의 소유자다. 벨기에 내에서도 소수인 독일어권 가정에서 태어나 프랑스어권인 남부의 나뮈르대와 네덜란드어권인 북부의 뢰번가톨릭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덕분에 독일어와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영어 등 4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2006년부터 15년간 OECD를 이끌어온 앙헬 구리아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5월부터 임기(5년)를 시작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출신으로는 첫 OECD 사무총장이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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