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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그룹회장에서 물러난 상남(상남) 구자경(구자경ㆍ71) lg그룹 명예회장은 은퇴후 골프와 난(난)에 빠졌다.

특히 퇴임후 1년동안 골프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좋아한다. 회장시절 20정도였던 핸디가 1주일에 2번씩 꼬박꼬박 연습한 덕분에 15 정도로 좋아졌다. 친구나 재계 원로들과 함께 아침 일찍 골프장에 나가 18홀을 돌고 점심식사를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것도 취미로 정착됐다.

구명예회장은 장남 구본무(구본무)회장에게 대권을 물려준뒤 경영에 개입은 커녕、 노 코멘트로 일관해왔다. 심지어 신임회장 취임축하 파티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공식행사에 일체 얼굴을 내밀지 않아 후계자와 얼굴을 마주치는 일도 없다.

구본무회장은 『가족 일 때문에 「누구를 한번 만나보라」고 딱 한번 회사로 전화가 왔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퇴임후 구명예회장의 한주간 생활은 큰 변동이 없다. 경영에만 손대지 않을뿐、 매주 월-수요일에는 여의도 본사로 출근하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lg복지재단 등 공익사업에 몰두한다. 지난해 서울 성북동으로 이사가면서 원서동 사저를 기증、 첨단 정보화도서관으로 개관토록 했다. 적십자사 업무나 능성 구씨 종친회 업무도 그가 빼놓지 않고 챙기는 일. 주말은 충남 성환에 있는 연암축산원예전문대학 실습농원에 나가 난과 함께 보낸다. 식물에 조예가 깊어 실제 종자를 생화학적으로 번식시키거나 생명공학적으로 버섯 종균을 배양하기도 한다.

그는 요즘도 점심땐 소주 반병을 마시는 주량을 간직하고 있다. 작년여름 주말엔 강원도 월정사입구 개울옆 조그만 농장으로 리문호(이문호)회장실사장-이헌출(이헌출)부사장 등 20여 임직원들을 불러 1박2일로 시간을 보냈다.

그때 구명예회장은 임원들에게 삶은 옥수수와 찐 감자를 직접 나눠주고、 그물을 갖고 개울에 들어가 천렵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이후 따로 임원들을 만난 적은 거의 없다. 『내 방에 올 시간 있으면 새 회장이나 더 잘 보좌하라』고 말한다. < 최홍섭기자 >

은퇴할줄 모르는 정치인들과는 달리 재벌그룹 총수들중 은퇴후 노년을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lg그룹 구자경(구자경)명예회장은 난(난)과 골프에서 마무리 인생의 즐거움을 찾고 있으며, 박성용(박성용)금호그룹 명예회장은 음악에 빠져들었다. 이런저런 사유로 반쯤밖에 은퇴하지 못한 리동찬(이동찬)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화판(화판)에 인생의 석양(석양)을 스케치하고 있으며, 림대홍(임대홍) 미원그룹 명예회장은 지극히 평범한 할아버지로 돌아갔다. 한때 경영 일선에서 숨가쁜 하루하루를 보내왔던 최고경영인들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치열한 로후(노후)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제각각 특이한 노년을 보내고있는 4개그룹 총수들의 「은퇴의 미학(미학)」을 쫓아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