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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오바마(Obama) 행정부가 전임 부시(Bush)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미사일 방어(MD) 계획의 궤도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윌리엄 번스(Burns) 미 국무차관은 13일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MD는 북한과 이란 같은 나라들의 잠재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MD계획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번스 차관은 "우리(미·러·NATO) 각자가 보유한 자산을 활용하는 새로운 MD의 구성을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북한과 이란을 겨냥한 MD망의 구축에 러시아와 NATO를 참여시키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이 이슈들에 관해 새로운 형태의 협력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사일 방어(MD)의 타깃은 북한·이란

그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MD 기지의 동유럽 배치를 추진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러시아와 긴장국면이 조성된 뒤 미국 관리로서는 가장 유화적인 발언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Clinton) 미 국무장관도 11일 카렐 슈바르첸베르크 체코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MD 시스템의 동유럽 배치를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표면적으로 이란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화해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부시 행정부는 MD의 동유럽 배치의 명분으로 이란의 미사일 개발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측면이 컸다.

AP통신은 13일 "오바마가 MD 시스템의 동유럽 배치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그가 MD를 동결하거나 러시아와의 안보 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러 밀월에 동유럽 국가들 '냉가슴'

미국은 경제 위기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란의 핵개발 등 첩첩이 쌓인 난제를 풀기 위해 러시아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러시아와 대결하기보다 다른 난제를 푸는 데 '파트너'로 동참시키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양국은 러시아 군 항공기로 러시아 영공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NATO군에 보급 물자를 수송하는 협상을 벌이는 등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지켜보는 동유럽 국가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라사 주크네비치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11일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 직후 "미국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만나 MD 배치에 대해 확실한 보장을 받고 싶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미국의 MD와 레이더 기지를 유치해 러시아를 견제하려던 폴란드와 체코 등도 불안해하고 있다.

기고자 : 김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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