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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총선에 대응하는 노동계의 움직임은 외견상 활발해 보인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노총위원장 출신 등 중량급 노동계출신인 인사들이 다수 출마해 있고,민중당과 전국연합 등 재야운동권 권역에 속하는 정당과 단체가 노조활동가들을 대거 선거전에 내세웠다.

그러나 노동계 후보들이 하나의 세력으로 결집돼있지 않고,당선권내의 후보들은 기존 보수정당의 공천을 받고있는 형편이어서 노조조직의 정치세력화 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전망이다. 더구나 같은 노동계출신 후보들끼리 맞붙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민자와 민주의 양대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 가능권내 진입을 노리는 지역구후보는 민자 5명,민주 2명이다.

현역의원으로는 이강희(인천남을 현 인천항운 노조위원장) 김병룡(경기 광명 전 금속노련 위원장) 백찬기(경남 마산갑 전 항운노조부위원장) 유승규(강원 태백 전 함태탄광 위원장) 후보 등 4명이 재선 또는 3선을 향해 뛰고있으며,이들은 모두 민자당 소속이다.

그밖에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이던 지난 88년 납치사건 을 겪은바 있는 서정의씨가 민자당 공천으로 경남 울산 동구에,노총 7대 위원장을 역임한 정동호씨가 민주당 공천으로 경기 오산서,최근까지 노총 홍보실장으로 일한 조성준씨도 민주당 공천으로 경기 성남에서 출마했다.

특기할만한 것은 제도권 정당으로의 발돋움을 시도하고 있는 민중당이 52명을 대거 출마시켰으며,그중 3분의 2가량은 노조활동가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서노련 지역의장 전노협 중앙위원 노운협 정책실장 노조파업대책위원장 등 대부분 재야 노동운동권의 투쟁 경력을 갖고 있다.

재야단체들의 연합체인 전국연합 에서 독자후보로 내세운 6명중 4명도 노조관련 경력을 갖고 있다.

무소속으로는 체신노조위원장 경력으로 노동부장관도 지낸 권중동씨(경북 안동)와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을 지낸 양동생씨(경남 장승포-거제) 등이 눈에 띈다.

재야운동권에서는 최근 몇년사이 이루어진 정치정세의 변화에 따라 제도권 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고있는 추세며,민중당에서는 지난해 지방의회 선거에도 적극 나섰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선거법 개정으로 2억3천만원의 정치자금을 배분받았으며,후보당 1천만원씩의 기탁금이 소요되는 자금문제도 해결해내는 역량을 보여줬다.

하지만 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노동조합법 제12조가 노조세력의 단일정치 조직화에 근본적인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노조출신 후보들이 보수정당과 재야운동조직으로 뿔뿔이 흩어져 경쟁하는 원인의 하나도 이런 법적 제약이다.

이 때문에 민자당의 유승규후보는 같은 광산노조 출신인 민중당의 배진후보(강원도 광산노조협의회 의장)와,민자 서정의후보는 울산지역 노조들의 지원을 받고있는 무소속의 권처흥후보(전 현대엔진 노조위원장 권용목씨의 아버지)와 각각 맞서는 등 노동계 후보들끼리의 경합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 88년 정치활동선언 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던 노총도 정치활동 규제에 묶여 총선에서 노동계의 대변자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1월 발족했던 노총 중앙정치위원회는 그뒤 단 한차례의 공식모임도 갖지 못했으며,작년초 기초의회 의원선거를 앞두고 한때 활성화됐던 노조후보 지원활동도 이번엔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노총이 지원한 노조출신 후보가 기초 26명,광역 3명이 당선됐었다. <한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