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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9백만 유권자집단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역대선거중 이번처럼 민심 을 파악하기 어려운 선거가 드물었다는 것이 여야당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이는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전반적으로 선거전에 냉담하다 는데에 기인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무반응은 이번 선거가 중심이슈없이 치러지고 있는 것에 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4대 총선은 한국정치를 오랫동안 뒤흔들어온 민주화 이슈가 힘을 잃은 뒤 치르는 첫 총선거다.

따라서 선거는 이제 그만큼 덜 심각한 문제가 됐다. 투표로 정치에 참여하는 긴박감,기대감,의무감 등 유권자 심리도 상대적으로 그 긴장도가 이완됐다고 할수 있다.

정치 불신풍조 부채질

더욱이 13대 국회에서 형성된 일반의 정치혐오가 가셔지지 않은 가운데,선거기간중 여야가 말썽많은 지역구,전국구 공천 등을 통해 이를 오히려 심화시킨 것도 유권자 다수가 냉소적 태도를 취하게 하는 주요인이다.

큰 이슈가 없다보니 선거진행 자체,예컨대 탈법운동과 같은 선거추태 등이 대체이슈 로 등장,가뜩이나 팽배한 정치불신 풍조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들 냉담한 유권자층은 40% 안팎(1천1백여만명)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부동층을 형성,좀체 움직이지 않고 있어 각 당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이들이 그 내용이 무엇이건 이변 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누구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권자들의 냉담함은 자연스레 투표율 하락 을 예상케 하고 있다. 선관위는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이번 총선투표율을 13대(75.8%) 보다 훨씬 낮은 62~67%로 추정했다. 민자당 나웅배 정책위의장도 "유권자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가라앉아있어 투표율이 13대보다 떨어질 것같다"고 전망했다.

선관위 예측대로라면 투표율은 지난 6대 선거(72.1%) 보다도 낮은,역대 최저가 된다. 투표율이 이처럼 낮을 경우, 저투표율-여당 유리 의 통설이 이번에도 적용될지에 우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6대때 여당이 압승한 반면,투표율이 높았던 12대 2 12총선(84.6%)에서 야당돌풍이 불었다. 다시 투표율이 60%에 미달했던 지난 광역선거때 여당이 대승,통설을 입증한 바 있다.

국민 선거화제 주도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당의 지역지배구조 아래서 영호남과 충청권 등에선 투표율과 선거결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수도권의 투표율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관련,민자당의 한 관계자가 "국민당이 투표율의 변수"라고 언급,주목케하고 있다. 현재 국민당이 그것이 어떤방식이든 선거화제 를 주도하고 있는 측면이 있으며,이에 따라 냉담한 유권자층에서 선거관심이 증폭될 경우,투표율 상승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자대 민주의 양당 대결구도에 국민당이란 이색그룹 의 등장으로 어느정도 투표율 상승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만큼 투표율 상승은 국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예상되며 반대로 투표율이 낮을 경우,국민당의 타격이 가장 클 수도 있다.

민자당은 기본조직표,민주당은 호남고정표가 있어 투표율 변화에 큰 영향이 없는 편이라는 전제에서다. 일부에선 유권자들의 냉담한 분위기가 계속돼 투표율이 낮아져,양당 승부가 될 경우 광역 재판 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기권표들의 성격도 관심의 대상. 이와관련 야당은 젊은층의 기권방지를 호소하고 있으나,젊은층의 낮은 투표율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민자당 남재희의원은 "젊은층 기권은 구조적 현상의 측면이 엿보이고 있다"고 했고,고대 정외과의 한 교수는 "젊은층 기권에는 현실정치불신 외에 선진국형 무관심과 별 이유없는 무책임한 무관심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30대의 성향이 다원화돼, 젊은표=야 성향 의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수도권 후보들이 보다 주목하는 것이 이른바 비판적 중산층 의 표다. 13대때 이들이 대량 기권,야성 중산층의 지지를 받고있던 통일민주당이 참패했다. 정치불신이 가장 깊다고 할 수 있는 이 구 ys표 들이 이번에도 대량 기권해 정치 혐오를 다시 한번 시위할 지,그렇지 않고 투표할 경우 어디에 투표할 것인지 수도권 후보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