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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남편이 남긴 거액 상속재산으로 사업개시. 현재는 미국 비벌리 힐스의 호화주택에서 독신생활. 수수께끼속에 감추어진 과거행적 .

스캔들을 먹고 사는 3류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얘기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것은 남북교류 창구역을 자임하고 있는 재미교포 여사업가 박경윤씨(58)에 관한 스크랩에서 발췌한 몇몇 기사 제목들이다. 박씨는 바로 지난 9일 일본 동경에서 "한국 동포들에게 백두산-금강산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발표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쁜소식 을 전달한 복음의 메신저인 셈이다.

박씨가 지난 2~3년간 추진해온 사업들을 일별해 보면 거물 냄새가 물씬 풍긴다. 평양~홍콩간 전세기 취항,평양~나고야간 전세기 취항,남북 쌀거래 중계,자칭 북한 최초의 민간기업 개설,남-북한 유엔동시가입 동경축하연 .

그래서 박씨가 김정일과 막역한 사이 라든지, 한국내 북방정책 실력자의 대북창구 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을 정도.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활발한 민간교류가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리고 이같은 과정에서 남북 양측에 끈을 이을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단순히 물꼬를 트는 민간사절이라면,그가 어떤 경력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을 대표하는 사람인가는 일단 접어두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후하게 셈을 쳐도 박씨 몫은 여기까지여야 한다.

박씨는 북한행 한국인 관광객들의 비자신청 업무를 자신이 대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관광지 개방은 "북한은 일방적인 문호개방"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 정부도 이 문제를 빠른 시일내에 해결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이 대목에 이르러 "박씨는 과연 누구이며,어떤 자격에서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핵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을 북한 당국자들이 느닷없이 동경땅에서,그것도 정식외교관도 아닌 박씨를 통해 이 문제를 꺼내놓은 이유는 뭘까.

우리에겐 이미 남북고위급 회담이라는 공식 대화창구가 마련돼 있다.

그리고 백두산-금강산 관광개방은 바로 이 자리를 통해 논의되고 성사돼야 할 사안이다. 마음이 바쁘다고 우리의 금강산행 티켓을 암중개상의 변칙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는 없다. 남북교류는 신원도 확실치 않은 브로커 를 끼고 땅을 사고파는 일과는 구별돼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창균 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