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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설명문구 공정위 '경고' 제재…＂처벌 가볍다＂ 지적도

차량 부품 교체 시 '순정 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허위 광고에 해당한다고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차량 취급 설명서에 이 같은 문구를 사용,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경고'로 제재했다. 두 회사는 '비순정 부품 사용은 차량의 성능 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구도 사용했다. 공정위는 2018년 11월 이전 출시된 그랜저, 쏘나타, K5, 제네시스 등 현대차 24종, 기아차 17종이 이런 문구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순정 부품은 차량 제작 시 사용한 것과 동일한 부품으로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공급하고 있다. 비순정 부품은 국내외 규격품이나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서 성능과 품질을 인증받은 부품 등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순정 부품 이외의 모든 부품은 품질이나 성능이 떨어지고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표시한 것은 거짓·과장 표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순정 부품이 아니라도 규격 등이 맞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해외 판매 차량에는 '모조품이나 위조품, 불량품을 쓰면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 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할 뿐 국내 판매 차량과 같이 '순정 부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식의 문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순정 부품의 위험성을 과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순정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는 주문자 위탁 생산(OEM) 방식으로 개별 부품 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이러다 보니 비순정 부품 중에는 현대모비스에 납품하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다. 같은 공장에서 나온 부품이지만 하나는 순정 부품이고 다른 하나는 비순정 부품이 되는 것이다. 이런데도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순정 부품과 비순정 부품의 성능과 안전성이 현격하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짓·과장 표시를 한 것도 문제지만 해외시장에서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두 회사는 국내와는 달리 '순정 부품을 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표현 대신 '모조품이나 위조품, 불량품을 쓰면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 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공정거래 사건의 1심 판결 역할을 맡는 공정위 소위원회가 경고라는 최저 수준의 제재를 한 것도 논란이다. 공정위 제재는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시정명령, 정정광고, 경고 등이 가능한데 경고는 과징금도 물지 않는 가장 가벼운 제재다. 소회의는 두 업체가 이미 자진 시정을 했다는 이유로 경고로 결론을 냈다. 2018년 11월 이후 출시된 신 차종의 취급 설명서 해당 표시를 삭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 11월 이전 출시된 차종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가벼운 처벌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2000년대 초 외국산 가짜 부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소비자에게 비순정 부품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해당 문구를 사용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심의, 의결을 위해 위원 전원(9명)으로 구성되는 '전원회의'와, 상임위원 1인을 포함한 위원 3인으로 구성되는 '소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거래 사건은 1심을 법원 대신 전원회의나 소회의에서 맡는다. 기업이 불복하면 2심인 고등법원으로 가는 구조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공정위 결정을 따를 것이고,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면서 "순정부품 관련 문구를 대부분 수정했는데 일부가 남아있는 만큼 조속히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기고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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